유재학은 동점에서 왜 잭슨에게 자유투를 줬을까

(사진 제공/KBL)
8일 오후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고양 오리온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오리온 문태종의 3점슛이 터지고 모비스 아이라 클라크의 동점 득점이 나온 뒤 양팀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68-68 동점에서 오리온이 작전타임을 불렀다. 남은 시간은 10.9초.

이때 모비스의 팀 파울 개수는 2개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남은 팀 파울을 소진하면서 상대 팀이 공격을 할 시간을 줄여주는 게 보통이다.

천대현이 연거푸 반칙을 했다. 대상은 조 잭슨이었다. 그런데 모비스는 팀 파울 4개 상황에서도 반칙을 선택했다. 천대현이 조 잭슨에게 반칙을 범한 것이다. 자유투가 주어지는 상황이었다. 남은 시간은 5.3초

놀랍게도 본헤드 플레이가 아니었다. 천대현이 자유투가 동반된 세 번째 반칙을 한 순간 모비스 벤치는 평온했다. 벤치에서 의도한 작전이었다는 것이다.

모비스에는 작전타임이 1개 남아있었다. 만약 오리온이 자유투 2개를 다 넣더라도 작전타임을 불러 마지막 공격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조 잭슨은 자유투 1구를 넣었다. 오리온이 69-68로 앞서갔다. 2구는 림을 외면했다. 그런데 조 잭슨이 달려들어 공격리바운드를 잡았다. 모비스가 반칙을 할 틈이 없었다.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유재학 감독은 동점 상황에서 반칙 작전을 선택한 것일까?


유재학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조 잭슨에게 자유투를 던지게 한 작전이 맞다"고 밝혔다.

그는 "조 잭슨이 공을 잡으면 파울을 계속 해서 자유투를 던지게 하는 작전이었다. 그리고 우리 공격에서 승부를 보려고 했다. 잭슨이 자유투가 좋지 않은 것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10초를 남기고 상대에 리드를 허용하는 작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유재학 감독은 "연장전으로 가면 승부가 어렵다고 봤다. 양동근이 반칙 4개였고 체력이 너무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연장전으로 가면 이길 확률이 없다고 봤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유재학 감독의 선택은 실패로 끝이 났다.

그는 "상대가 1개를 넣으면 2점을, 2개를 다 넣으면 3점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다. 그리고 반칙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고 마지막 리바운드를 빼앗겼다"고 아쉬워 했다. 작전타임 이후 공격만 할 수 있다면 확실한 패턴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다.

이 장면을 바라본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또 잭슨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추일승 감독은 "운이 좋았다. 다 넣을 때도 있고 다 놓칠 때도 있지만 잭슨이 승부사 기질이 있는 선수다. 행운이 따라줬다. 인플레이가 계속 되면서 상대가 작전타임을 부를 기회가 없었다. 리바운드를 건진 것이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일승 감독은 연장전에 들어가면 모비스가 불리하다는 유재학 감독의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우리가 불리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오래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 잭슨은 깜짝 놀랐다. 마지막 자유투 상황에 대해 "놀라기도 했고 자유투를 넣어 기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반칙을 당한 것이 생전 처음이라 놀랐다"고 말했다.

조 잭슨에게 자유투 2구를 일부러 넣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냐는 질문이 주어지자 잭슨은 "난 코트에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 동석한 애런 헤인즈는 그 말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애런 헤인즈는 "다시 생각해보면 두 번째 자유투를 못넣은 게 다행이었다. 최고의 미스(miss)였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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