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웅덩이가 곳곳에 생겨 산책로는 만신창이가 됐지만, 구청은 하루가 지나도록 이 같은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7일 밤 부산 온천천 시민공원 명륜동 지점.
롯데백화점 동래점을 지나 연산동 방향 산책로에 피아노 건반 모양의 하수 시설 뚜껑이 반쯤 열린 채 내부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뚜껑 사이로는 온천천으로 흘러가야 할 하수가 산책로에 '콸콸'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나온다.
시민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산책로에는 마치 홍수가 난 듯 물 웅덩이가 생겼다.
게다가 주변 정비 공사 때문에 나무 한 그루 없는 흙바닥에 하수가 쏟아지면서 곳곳에 흙이 쓸려 내려오고 진흙 구덩이가 생겼다.
흘러나온 하수가 수십m 길이에 걸쳐 물이 고이자, 운동을 하던 시민들은 결국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산책을 나온 시민들은 물 웅덩이를 피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또 다른 시민은 반대편 산책로를 이용하려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진흙 구덩이에 발이 빠져 망가진 신발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는 상황에 시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산책 중이던 한 시민은 "사람들이 걷거나 뛰어다니는 곳인데 이처럼 물난리가 난 사실이 황당할 뿐이다"라며 "산책로와 흙바닥의 구분이 사라질 정도로 정비 상황이 엉망인데 관리 담당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오히려 다른 부서의 공사 과정에서 벌어진 일일 가능성이 있다며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동래구 관계자는 "밤 사이 어떤 이유로 하수가 흘러나왔는지 확인하지 못했다"라며 "비가 많이 내려 생긴 일이거나, 타 부서의 공사 관계로 벌어진 일일 수도 있으니 확인 뒤 조처하겠다"라고 말했다.
구청이 뒤늦게 확인한 결과 이날 해당 하수 관로는 자갈과 모래 등으로 막혀 있었고, 이 때문에 하수가 산책로에 쏟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구청이 시민 불편에도 원인 파악은 커녕 책임을 떠넘기는가 하면 현장 확인 작업조차 뒤늦게 진행하는 등 복지부동 행정의 전형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