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 CEO는 8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을 하루 앞둔 현재의 심경과 각오 등을 밝혔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와 동석한 이 자리에서 이세돌 9단은 "지난번 기자회견때만 해도 알파고 알고리즘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이제 조금 이해했다"면서 "역사에 획을 긋는 인간과 인공지능 대결의 첫걸음이 아닌가 생각하며, 그 주인공이 되어 너무 기쁘고 영광이라 생각한다. 좋은 바둑, 재밌는 바둑, 아름다운 바둑 두겠다. 내일 바둑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하사비스는 "알파고의 가장 큰 장점은 피로하지 않는 다는 것, 그리고 겁이 없다는 것"을 꼽았다. 이어 "이번 대국을 위해 (별도의)특수 트레이닝보다는 양질의 자가 학습 데이터를 많이 생성했다"고 준비 과정을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이라는 것은 아주 강력하면서도 유연한 학습 알고리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 대국 결과는 상관없이 인간 창의성이 얼마나 뛰어난지 보이고 싶다"며 이번 대국의 취지를 밝혔다. 이어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인공지능으로 의료 보건 분야에 기계학습과 인공지능이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결국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인공지능은 아주 강력한 툴이고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이걸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선한 것이고 악한 것이 될 수 있다"면서 "인간이 책임감 있게 윤리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우리는 인류에 기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사비스는 "현재의 인공지능은 게임을 하는 수준이고, 앞으로 상당히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더 많은 연구과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까지 숱한 대국을 해왔지만 이번 알파고와의 대국은 사람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바둑에서는 상대방의 기운을 읽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에는 그런 걸 읽을 수 없기 때문에 혼자 두는 느낌"이라는 이세돌9단은 "가상 훈련 통해서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대국에 대한 준비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적인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간적인 실수가 나온다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는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첫 판이 가장 중요하다. 첫 판에 질거라는 생각 자체를 안했지만 지더라도 그렇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번 계기를 통해서 꼭 성장하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세돌 9단은 "이번 대국에서 질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바둑의 가치는 계속 될 것"이라며 "이번에는 꼭 인간의(승리를) 지켜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세돌은 이날 오후부터 알파벳(구글 지주회사)의 에릭 슈미터 회장 등과 함께 비공개로 진행되는 갈라디너에 참석한 후 9일부터 15일까지 알파고와 총 다섯 차례의 승부를 겨룬다. 대국일은 9·10·12·13·15일, 개시 시각은 오후 1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