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테러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민감한 사회 이슈를 다루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불이익이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기 때문.
정씨는 "테러방지법이 통과된 후에 시사나 현안 관련 일을 하는 사람한테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아무래도 세월호 관련 모임이기 때문에 찝찝한 마음에 채팅방을 옮겼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교 연구원인 이모(27)씨도 도·감청이 어렵다는 텔레그램으로 채팅 사이트를 갈아탔다.
"연구소가 사회적으로 진보적인 내용을 많이 다루다보니 아무래도 보수적인 현 정권과는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어 조심스럽더라고요."
8일 시장조사기업 랭키닷컴에 따르면, 보안이 장점으로 꼽히는 텔레그램의 하루 이용자 수는 지난 2일 기준 32만 7000명 정도.
이날 밤 우여곡절 끝에 테러방지법이 통과되자 이튿날 그 수는 40만 6000명으로 24%나 증가했다.
이러한 '사이버 망명'은 계속돼 4일에는 텔레그램 이용자 수가 42만 2000명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감청을 피하기 위한 구형 2G폰 선호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2G폰만을 이용중이라는 한모(52)씨는 "저와 친구의 대화 내용을 다른 사람들이 다 열어볼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구형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국민을 손쉽게 감시할 수 있다는 '빅브라더' 논란이 이어지자, 대통령까지 불안감 확산 차단에 나선 상태.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법 제정 과정에서 모든 국민의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할 것이라는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들이 유포됐는데 이것은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이야기"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이유로 감시당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는 "통신비밀 보호법상의 한계가 그동안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는데 테러방지법까지 제정되다보니 통신 비밀이 보호되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네티즌 사이에서 팽배한 것"이라며 "테러방지법을 계기로 이같은 망명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