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면에서 인삼공사 오세근(200cm)은 경기 전부터 관심을 받았다. 바로 전날 4강 PO 미디어데이에서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이 "1차전에서 에밋 수비는 오세근부터"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경기 전 오세근은 이에 대해 "내가 에밋을 맡지만 그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처음 수비를 담당한다는 것뿐이라는 얘기다. 오세근은 "일단 내가 먼저 막지만 앞선에서 많이 도움 수비를 할 것"이라면서 "또 상황에 따라 전담 마크맨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 전 김 감독은 "일단 오세근이 수비하는 것은 에밋의 돌파를 막자는 것"이라면서 "양희종(194cm)도 맡을 수 있지만 에밋이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설명했다. 용병급 체격을 갖춘 오세근이 맡는다면 아무래도 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단 골밑을 사수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에밋은 상대를 밀면서 돌파해 공간을 만든다"면서 "그러나 밀리지 않으면 골밑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후 수비는 찰스 로드(201cm)와 마리오 리틀(188cm)까지 3명에 양희종도 돌아가면서 맡을 것"이라면서 "에밋의 점수를 20점으로만 막아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1쿼터 과연 에밋은 오세근이 맡았다. 에밋은 첫 공격에서 골밑 돌파가 힘 좋은 오세근에 막히는 등 인삼공사의 의도대로 되는 듯했다.
에밋은 그러나 영리했다. 안쪽이 여의치 않자 바깥에서 활로를 찾았다. 잇딴 외곽포로 오세근의 수비를 허물었다.
0-2로 뒤진 1분 10초 에밋은 3점슛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잔뜩 돌파를 예상했던 오세근은 허를 찔렸다. 32초 뒤 에밋은 또 한번의 3점슛으로 흐름을 가져왔다.
이후 인삼공사의 수비가 다소 느슨해지자 안쪽이 풀렸다. 속공 상황 때 골밑슛을 넣었다. 인삼공사는 마크맨을 양희종과 리틀 등으로 바꿨지만 에밋은 3점슛과 플로터로 상대 수비를 무력화했다. 에밋은 1쿼터만 13점을 쏟아부었다. 22-12, 10점 차로 기선 제압을 이끌며 완전히 흐름을 가져왔다.
몸 풀린 에밋의 활약은 후반에도 이어졌다. 3쿼터 종료 2분여 전 화려한 스핀 무브로 분위기를 이었고, 4쿼터 종료 6분21초 전에는 통렬한 원핸드 덩크를 꽂았다. 모두 상대가 추격을 해오던 시점에서 나와 팬들을 열광시켰다. 자신에게 수비가 몰리면 하승진 등 동료에게 빼주는 지혜도 보였다.
결국 KCC는 80-58 대승을 거두고 5전3승제 시리즈에서 먼저 1승을 따냈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경기 종료 2분여 전 벤치로 들어간 에밋은 이날 3점슛 4개 포함, 양 팀 최다인 27점(8리바운드 4도움)을 올렸다. 인삼공사의 에밋 봉쇄령은 그야말로 '아무 의미'가 없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오세근에게 한쪽을 막으면서 외곽슛도 주의하라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에밋은 "상대 수비를 읽고 공격을 했다"면서 "일단 오세근을 막으면 더블팀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고, 동료들이 슛 찬스를 만들어줘서 좋은 결과가 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