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정규리그에서 가장 가치있는 선수로 인정받은 선수가 리그 베스트5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시즌 성적이 많이 반영되는 부문은 정규리그를 압도적으로 제패한 우리은행 선수들의 '집안 경쟁' 구도였다. 표가 분산되는 과정에서 뒤죽박죽이 됐다.
양지희는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총 유효투표수 93표 가운데 36표를 얻어 MVP의 영예를 안았다. 투표 2위는 팀 동료 임영희가 차지했다. 총 34표. 양지희와는 2표 차였다. 3위도 우리은행 선수다. 박혜진이 12표를 받았다.
정규리그 MVP 시상이 가장 마지막에 진행됐고 그 앞 순서로 베스트5가 호명됐다. 양지희는 베스트5 부문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지 않자 MVP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정장훈 우리은행 사무국장은 양지희에게 다가와 손을 잡으며 "미안하다"고 격려를 하기도 했다.
설레발이었다. 양지희는 MVP를 수상했다.
양지희는 "베스트5에 호명되지 않아서 MVP를 임영희 언니가 받을 줄 알았다"며 "베스트5까지는 기대했는데 안되길래 아 올해는 아니구나 생각했다. 격려해주시는 국장님께 괜찮다고 했는데…"라며 웃었다.
양지희는 올 시즌 35경기에 출전해 평균 10.3점, 6.0리바운드, 2.6어시스트, 1.3블록슛을 올렸다. 임영희와 박혜진이 공격과 외곽을 책임졌다면 양지희는 골밑에서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했다.
코트에서 돋보이는 자리는 아니지만 그와 함께 뛰는 혹은 맞붙는 선수들은 양지희의 가치를 안다. 신인왕과 베스트5 등 6관왕을 차지한 첼시 리는 "솔직히 코트에서는 좋은 선수라고 말할 수 없다. 내게 돌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매우 터프하다"며 웃었다.
이어 첼시 리는 "우리은행과 첫 경기를 하기 전에 다른 팀과 하는 경기를 봤는데 '저 선수 누구야?'라고 샤데에게 물었다. 코트의 모든 곳에 양지희가 있었다. 우리은행 선수들 모두 대단하지만 그 중에서도 양지희가 심장과 같은 존재 아닌가 생각한다. 양지희가 가는대로 팀이 가는 것 같다"고 찬사를 보냈다.
양지희는 "득점은 임영희, 박혜진 선수가 많이 하니까 또 농구는 골을 많이 넣는 선수가 관중을 즐겁게 하니까 나는 MVP 후보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며 "상을 받아 너무 기쁘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