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부임 후 가장 먼저 세터를 바꿨다. 베테랑 권영민을 KB손해보험으로 보내고, 2년 차가 된 노재욱을 데려왔다. 그리고 노재욱은 현대캐피탈의 스피드 배구를 이끌며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그런 최태웅 감독이 또 키우는 세터가 바로 한정훈이다.
그런데 한정훈은 현대캐피탈 입단 후에도 레프트 포지션이었다. 초등학교 때 센터로 시작해 이후 줄곧 레프트로만 뛰었다. 명지대 시절 잠시 라이트로 뛴 것이 포지션 외도의 전부였다. 그런 한정훈을 불과 1~2개월 만에 수준급 백업 세터로 바꾼 최태웅 감독이다.
사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주전 세터였던 이승원도 있다. 하지만 이승원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 최태웅 감독이 한정훈에게 눈을 돌렸다. 평소 토스 연습에서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최태웅 감독은 "손모양이 참 좋았다. 토스를 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폼을 가진 선수여서 대화를 한 번 해봤다"면서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린 것 같은데 한 번 해보겠다고 해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변신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한정훈은 "당시 재욱이 형이 잠깐 부상이었다. 복귀할 때까지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면서 "센터나 라이트로 가면 받아들이는데 아무래도 세터라는 포지션은 어렸을 때부터 해야하기에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역시 세터 출신인 송병일 코치가 전담으로 한정훈을 지도하고 있다. 처음이기에 기본기부터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백지 상태라 흡수력이 빠르다.
한정훈은 "기본적인 것부터 배우고 있다. 볼 밑에 찾아들어가는 스텝 위주로 가르쳐주시고, 손모양도 많이 신경 써주신다"면서 "아직 세밀한 것은 가르쳐주지 않고, 기본기 위주다. 처음 배울 때부터 낮게 쏘는 연습을 했다. 백지 상태인 것이 장점일 수도 있지만, 하다보면 안 좋은 버릇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터 경험이 없는 공격수가 프로에서 세터로 전향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단 스텝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한정훈은 "오른손 잡이 공격 스텝을 했는데 세터는 왼손 잡이 스텝으로 들어가 토스를 해야 한다. 10년 동안 했던 거라 아무래도 어렵다"면서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계속 알아갈 수록 배구 포지션 중 가장 힘든 것 같다. 상대 블로킹과 머리 싸움도 해야 하니 너무 어렵다"고 웃었다.
세터로 전향한 지 이제 두 달째.
하지만 한정훈은 백업 세터로 자리를 잡고 있다. 2일 열린 삼성화재전. 한정훈은 3세트 4-9로 뒤진 상황에서 노재욱 대신 코트를 밟았다. 그리고 예상 못한 속공 등으로 흐름을 바꿨다.
최태웅 감독도 "최근 1주일 간 훈련을 봤을 때 전문적으로 성장하지 않았지만, 안정된 토스가 조금식 나온다. 세터로서의 느낌을 받았다"면서 "지금은 백업 세터로 정훈이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결정이다. 물론 잘 되면 197cm 장신 세터가 탄생한다. 과연 최태웅 매직은 어떤 결과를 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