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눈물의 대미…"국민에 용서 구한다"

12시간31분 최장기록 경신…"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은 대국민 쿠테타"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마지막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를 마지막으로 총 192시간27분간의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가 끝을 맺었다. 여야 협의에는 결국 실패했지만 9일동안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면서 테러방지법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38번째 마지막 주자로 나서 12시간 31분 동안 반대연설을 이어가며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의 기록을 경신한 이종걸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중단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7시1분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섰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필리버스터 중단 여부를 두고 막판까지 진통을 거친 끝에 종료로 결론을 내린 후였다.

그는 결연한 표정으로 테러방지법 수정을 요구하며 새누리당과 정부를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민을) 무도한 국정원의 감시 속에 살지 않게 하는 것이 저희들의 생각"이라면서 테러방지법이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음을 끝까지 강조했다.

테러방지법을 '국정원 강화법', '국정원을 통한 국민감시법'으로 명명하면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아래서도 결코 무너질 수 없는 기초적인 개인의 사생활을 박근혜 정권의 최후의 비호세력이 되어 가고 있는 국정원에 의해 무제한 침입당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4·13 총선을 예정대로 치르려면 29일까지는 선거구 획정을 마쳐야 하는 상황 때문에 필리버스터를 불가피하게 중단할 수 밖에 없었음을 읍소했다.

그는 "선거법을 처리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밀려 잘못 판단하고 필리버스터 중단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국민들게 허락받지 못한 것에 대한 용서를 받을 때까지 서 있겠다"며 울먹였다.

이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던 의원들의 이름을 하나씩 열거하며 "이름만 불러도 눈물이 난다. 정말 잘못했다. 저 이종걸, 그리고 한 두 사람의 잘못으로 38명 의원들이 보여준 열정과 열망을 한순간으로 날려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말 죄송하다. 죽을 죄를 지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또 "더민주가 몸과 마음을 바쳐 결기를 보이고 '야당으로서 바른 일을 하는구나'라고 느꼈던 국민도 '그러면 그렇지'하는 실망의 목소리가 앞을 가린다"면서 "우리 당의 참회 목소리, 사과의 목소리, 함께하는 장에 귀를 기울이고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이해와 지지를 호소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으로 야당으로서 불리한 상황에 처해, 필리버스터란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서는 격분했다.

그는 "(정의화 의장은 국가비상사태를 들어 직권상정했지만) 이는 국가 비상사태의 요건이 될 수 없다"면서 "정 의장은 그동안의 신뢰를 이렇게 무참히 무너뜨려야 하는 것인가, 과연 이런 신뢰와 믿음을 무참히 깨버린 사람은 누구인가, 저는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며 정 의장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또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마음대로, 아무 요건없이, 사후통제없이, 어떤 잘못과 위법이 있어도 밝힐 수 없는 국민감시법을 직권상정한 것은 '국민에 대한 쿠테타'라고 단언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연설 말미 테러방지법 수정안을 제출했다고 밝히며 "저희가 원하는 전부는 아니지만, 새누리당이 그 일부라도 받아주길 바란다. 이것은 저희 더민주만의 요구를 담은 것이 아니라 국민의 요구를 담은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야당 의원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 부른 뒤 "여러분들이 국회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준 필리버스터의 영웅들"이라며 "감사하다"는 말로 필리버스터의 막을 내렸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7시33분 무제한 토론의 종결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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