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식 공천'을 내건 김무성 대표 입장에선 경선 지역을 확대하기 위해선 일정을 넉넉히 확보해야 한다. 반면 친박계는 촉박할수록 좋다. 경선을 치를 겨를이 없어야 전략공천 명분이 강화된다. 컷오프(공천배제) 수단을 찾기까지 시간을 벌 수도 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2일 "열흘 안에 아무 일정이 없다"며 본격 공천 일정을 12일 이후로 예고한 것도 이런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非朴 "이한구 시간 끌기, 경선 무력화 포석"
비박계는 이 위원장이 시간을 끌어 친박계에 유리하도록 '날짜의 정치학'을 펼치고 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위원장이 공천 일정을 늦게 잡은 것은 두 가지 의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 현역 컷오프를 하기 위한 시간 벌기라는 분석이다. 현행 당헌‧당규에 있는 컷오프 수단은 '자격심사', '우선추천을 위한 배제' 등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우선추천은 열세지역에 공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용이 힘들고, 대신 자격심사를 활용한다면 이때는 '공천 부적격' 명분이 정확해야 한다.
김 대표 등 비박계가 '살생부' 논란을 다시 꺼내들고 낙천의 이유를 '계파 학살'에서 찾으며 반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럴싸한 명분이 필요하다.
현역의원의 지지도가 당 지지율보다 낮을 경우 '집중심사'를 하겠다고 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자세히 들여다 보겠다"며 현미경 검증을 예고했다. 정밀 검증에는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둘째 경선 일정을 최단으로 줄여야 친박계가 의도하는 전략공천이 가능하다. 전략공천은 당헌·당규 위반이지만 막판 시한이 다가오면 '어쩔 수 없다'는 명분이 작용할 수 있다.
◇ 親朴 "3월 14일 이후 1주일만 경선 가능"
정치 환경과 시간이 친박계의 편인 측면도 있다. 선거구획정 지연으로 경선 일정을 최대한 단축시킬 좋은 구실도 생겼다.
이 위원장은 '자꾸 공천 일정이 연기되고 있다'는 질문에 "지금 일정이 안 밀리게 생겼느냐"며 "야당이 선거구획정을 한참 가로막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실제 경선 돌입 일정은 2월말에서 3월 4일로 한 차례 연기됐다가, 3월 둘째 주에 시작한다는 전망이 나온 뒤 이 위원장의 '열흘' 발언으로 3월 셋째 주로 다시 미뤄졌다.
친박 핵심 의원은 경선 일정과 가능한 지역구 숫자에 대해 "1주일 가량 경선 일정이 남는데 50석 이내로 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선거구획정으로 지역구가 조정되는 지역의 경우 추가 공모와 별도의 면접 과정 때문에 경선이 불가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는 전체 246개 지역구 중 47개 지역구에서 경선을 실시했던 지난 19대 총선 경선 일정과 비교해 봐도 개연성이 큰 시나리오다. 당시 경선은 2012년 3월 둘째 주에 시작돼 1주일 가량 진행됐다.
친박계가 경선 시작 일정으로 관측하는 오는 14일부터 후보자 등록일인 24일 전까지 열흘 간의 기간 동안 공천을 마무리하려면 경선보다 전략공천이 필요하다는 일정 계산이 깔려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원사격을 기다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진박(진실한 친박) 마케팅'의 일환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성 발언이나 특정 행보가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때까지 경선을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