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 "네팔학교 다 지으면 그땐 정치 하냐구요?"

"해야할 봉사활동 끝이 없다… 정치 생각할 여력 없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엄홍길 (산악인)

오늘 화제의 인터뷰는 산악대장 엄홍길 대장을 만납니다. 이분 히말라야 16좌는 이미 일찌감치 올랐는데 지금은 17번째 봉우리를 오르고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엄 대장의 17번째 봉우리는 바로 네팔 오지마을에 학교를 짓는 일입니다. 엄 대장이 네팔에서 학교 짓는다는 이야기는 뉴스로 많이들 접하셨을 텐데요. 그게 벌써 11번째가 됐다는 건 많이들 모르실 거예요. 지난 주말에 11번째 학교 준공식에 다녀온 엄홍길 대장, 직접 연결해 보겠습니다. 엄홍길 대장님, 안녕하세요.

◆ 엄홍길> 안녕하십니까? 나마스테. 반갑습니다.

◇ 김현정> 나마스테. (웃음) 아니, 지난 겨울 떠올려 보면 우리 엄 대장님이 뉴스에 참 많이 등장하셨어요?

◆ 엄홍길> 네. 그렇습니다. 영화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웃음)

◇ 김현정> 일단 말 나온 김에 히말라야라는 영화는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 기대하셨어요?

◆ 엄홍길> 저는 기대라기보다는. 어쨌든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너무나 좋은 얘기니까 많이 좀 봤으면 좋겠단 생각만 했죠.

◇ 김현정> 그런데 이렇게까지 많이들 보시고. 산악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하는 분들도 많으니까 뿌듯하실 것 같아요. 엄홍길 대장님은 몇 번이나 보셨어요? 영화관에 가서.

◆ 엄홍길> 제가 영화를 작년에 5번 보고, 올해 들어서 한 번 보고, 총 6번 봤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 히말라야 영화를 6번이나 보셨어요? 왜 그렇게 많이 보셨어요?

◆ 엄홍길> 제가 일부러 가서 본 건 아니고요. 아무래도 주위에 저랑 인연이 깊은 분들이 같이 보자고 연락이 오고. 또 단체로 같이 가자는 분들도 계시고 그래서 같이 보게 된 거죠. (웃음)

산악인 엄홍길 대장 (사진=엄홍길휴먼재단 홈페이지)
◇ 김현정> 그렇게 영화 때문에, 문화면에 등장을 많이 하신 건 제가 이해가 되는데, 정치면에도 출연하신 건 좀 의외였어요.

◆ 엄홍길> 아... 올해 총선이 있고 하니까 정치권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긴 했는데. 물론 제가 국가를 위해서 해야 될 중요한 일도 많겠죠. 그러나 그 전에 저는 히말라야하고 먼저 한 약속이 중요하고, 소중한 약속이 있기 때문에요. 그것을 제가 먼저 하고 나서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기 때문에요.

◇ 김현정> 그래서 거절하셨어요. 그러니까 새누리당으로부터 4. 13총선의 비례대표 제안을 정식으로 받으신 건데 고민을 조금 하긴 하셨을 것 같아요. 뭔가 산을 위해서도 내가 정치에 나가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텐데. 우리 분야를 대표해서 비례대표를 하는 것도 괜찮을 텐데, 이런 고민이 좀 되긴 하셨죠?

◆ 엄홍길> 당연히 고민을 했죠. 고민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어쨌든 제가 예전부터 히말라야에 학교를 지어줘야겠다, 그래서 가난이라는 고리를 끊을 수 있게끔, 희망을 갖고 살 수 있게끔, 16개 학교를 지어야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요. 이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죠.

◇ 김현정> 그래요. 네팔에 학교 짓겠다는 그 약속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단 말씀. 네팔에 학교 지어주기 운동은 이게 2009년에 시작하신 게 맞습니까?

◆ 엄홍길> 엄홍길 휴먼재단이 2008년 5월 28일에 설립해서 2009년 5월 5일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가 자리잡고 있는 팡보체라는 4060m 지점이 있는데요. 거기에 제1호 학교를 착공식을 시작해서 2010년도에 1년 만에 완공을 했죠. 그때부터죠.

◇ 김현정> 그랬죠. 그러면 그게 벌써 한 6, 7년 된 건데 졸업하면 정식 학교로 다 인정이 되는 거고요, 졸업장 받고?

◆ 엄홍길> 당연라죠, 현지 이 나라의 초등학교죠. 학교의 형태는 갖추고 있는데 시설이 너무 너무 열악해요. 안 좋은 상황, 환경에서 공부를 하고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요. 건물 자체를 저희가 새롭게 지어주는 겁니다, 제가.

◇ 김현정> 한두 개 정도야 그렇게 지어줄 수 있지만, 이게 10개 넘어가고 11개 넘어갈 때까지 꾸준히 한다는 건 이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쉽게만 하신 건 아니죠? 어려움도 많이 겪으셨죠?

◆ 엄홍길> 하... 진짜 어려움을 얘기하면 이루 말할 수 없죠. 처음에 1호 학교 같은 경우는 4060m 높이도 높이지만 거기가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 김현정> 그 정도 높이예요, 차가 못 들어갈 정도로?

◆ 엄홍길> 그렇죠. 너무나 고도가 높고 너무나 오지니까. 경비행기라든가 헬리콥터로 학교를 짓기 위해 필요한 건축자재를 나른다든가, 그러니까 공사비보다도 건축자재비도 많이 들고요.

◇ 김현정> 운반비가 더 들 정도로?

◆ 엄홍길> 건축자재 수송비가 공사비 이상으로, 배로 많이 들게 되는 경우도 많았죠. 9번째 학교 같은 경우는 모든 물자를 헬리콥터로 다 수송했습니다.

11번째 학교 (사진=엄홍길 휴먼재단 홈페이지)
◇ 김현정> 벽돌 한 장도 다 헬리콥터가 아니면 그쪽으로 갈 수가 없을 정도였군요. 그러면 이게 돈이... 펀딩을 어마어마하게 받아야 되는데 아무리 유명한 엄홍길 대장이라지만 이게 돈 모으는 게 쉬운 일 아니시잖아요? 학교가 10개 넘어가고 11개 넘어가면.

◆ 엄홍길> 쉽지 않죠. 제가 학교 하나 지을 때마다, 마음속에 제가 8000m 산을 하나를 오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런 산을 도전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하고 그런 간절한 바람으로 하거든요.

◇ 김현정> 그런데 16개 목표 다 짓고 나면, 엄 대장님이 한 가지 이루었다고 가만있을 분은 아니시고. 네팔 학교 짓는 것 때문에 정치권 이번에 제안을 거절하셨는데, 다 짓고 나면 또 제안이 올 수 있거든요. 그러면 그때는 어떻게, 받아들이시는 겁니까?

◆ 엄홍길> 아니요. 아니요. 저는 학교를 지어야 되겠다고 얘기를 시작해서 학교를 짓다 보니까 거기에 또 부수적인, 학교 이외에 또 다른 해야 될 일들이 있더라고요.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떤 것들, 예를 들면?

◆ 엄홍길> 기숙사. 기숙사도 지어야 되겠고. 저희가 또 이번에 병원을 짓기로 했어요. 높은 고산지대에 제대로 된 의료시설이라든가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거든요.

◇ 김현정> 끝도 없이 할 일을 만드시는 분이네요. 엄홍길 대장님. (웃음)

◆ 엄홍길> 일을 만드는 게 아니고, 하다 보니까 이렇게 막 어쩔 수 없이 해야될 또 다른 문제들이.

◇ 김현정> 보이니까 눈에. 그런 일들 다 해야겠다라고 머릿속에 지금 계획을 쭉 짜고 계시는 상황에서 정치권에 어디 출마하고 이런 거는 사실은 이건 좀 먼 얘기네요. 힘든 얘기네요.

◆ 엄홍길> 예,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 엄홍길> 히말라야 한 약속이 한 걸 소중한 걸 느끼면서, 감사한 걸 느끼면서 도전하겠습니다.

◇ 김현정> 지키지 마시고요. 오늘 고맙습니다.

◆ 엄홍길> 감사합니다.

◇ 김현정> 히말라야 네팔에서 11번째 학교 준공식을 마친 엄홍길 대장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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