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두 팀 사령탑이 꼽은 승부처는 평정심이었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먼저 2승을 거둔 만큼 선수들이 빨리 끝내기 위해 서두르면 자칫 경기를 그르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김영만 동부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은 "사실 2차전에서 선수들이 경기를 잘 했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승부처에서 서둘러 실책을 범해 속공을 내주면서 스스로 무너졌다"고 평가해다. 동부는 2차전에서 범실이 14개로 오리온보다 3개 많았다. 동부는 정규리그 평균 12.7개로 최다 실책을 기록했다.
더욱이 동부는 2패로 몰려 있는 상황. 승리에 급해 서두를 경우 범실의 발생 가능성은 더 높았다.
결국 이날 경기도 결정적 실책이 승부를 갈랐다. 빨리 끝내려는 조급함보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이 더 선수들의 몸을 굳게 만들었다.
하지만 팽팽했던 승부의 추는 실책 1개로 한순간에 기울었다. 쿼터 종료 6분여 전 동부 허웅이 순간적으로 상대 더블팀 트랩 수비에 걸렸다. 다급해진 허웅의 패스를 오리온이 가로챘고, 최진수의 원맨 속공으로 이어지면서 50-45으로 달아났다.
어이없는 실책에 동부는 급격하게 무너졌다. 설상가상으로 동부는 최장신 로드 벤슨(207cm)이 쿼터 종료 1분54초 전 5반칙 퇴장까지 당했다. 이후에도 동부는 김창모의 트래블링 등 실책이 나온 가운데 오리온은 59-47, 12점 차까지 달아나 승기를 잡았다. 반대로 허웅은 원맨 속공 때 상대 가드 조 잭슨에게 블록을 당하면서 동부의 기는 더욱 꺾였다.
결국 오리온은 4쿼터 동부의 추격을 뿌리치고 79-67 승리를 거뒀다. 6강 PO를 3연승으로 마친 오리온은 2006-07시즌 뒤 9시즌 만에 통산 7번째 4강 PO 진출을 확정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가운데 오는 8일부터 정규리그 2위 모비스와 챔피언결정전 진출 티켓을 놓고 5전3승제 시리즈에 들어간다. 이승현은 2쿼터 도중 무릎 부상을 입어 실려나갔음에도 양 팀 최다 20점 5리바운드 2도움으로 활약했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 동부는 올 시즌 윤호영의 시즌 아웃 등 부상 악재를 이기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했다. 기둥 김주성은 이날 15점을 추가하며 1449점으로 추승균 KCC 감독의 역대 PO 최다 득점 기록(1435점)을 경신했지만 빛을 잃었다. 이날 동부는 실책 12개로 오리온보다 1개 많았으나 승부처인 3쿼터에 3개가 나와 뼈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