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더불어 민주당이 무제한토론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회기가 끝나는 3월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선거를 무효화 시킬 수 없기 때문에 선거구획정안 통과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더민주 왜 필리버스터를 중단 할 수밖에 없었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그렇다. 더불어민주당이 어제밤 심야회의에서 테러방지법 처리에 반대하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여야는 29일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는 '마지노선'으로 정했지만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을 해소하는 협상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새누리당이 테러방지법에 담고 있는 독소조항의 개정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야당으로서는 더 이상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를 2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날인 3월 10일까지 이어겠다며 의지를 보였지만 당 지도부로서는 선거일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따라서 심야비대위 회의를 통해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를 설득했고 이종걸 원내대표도 어쩔 수 없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은 더이상 필리버스터를 끌어갈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이 원내대표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원인 박영선 의원은 비대위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야당에 모든 걸 뒤집어 씌우려 한다"면서 "1일 테러방지법 수정안을 내고 우리 스스로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소수 야당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총선 때 과반 이상 달라고 마지막 호소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야당으로서는 필리버스터가 테러방지법의 문제점, 국정원에 국민감시권을 강화하는 독소조항에 대해 설명하는 좋은 계기였다. 야당지지층이나 정치에 관심이 없던 정치 무관심층을 관심을 갖도록 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컸다. 정치다운 정치를 본다거나 야당답다는 호평도 받았다.
중앙일보가 "테러방지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야당이 43년 만에 부활시킨 '필리버스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온라인 투표를 실시했다. 27일 오후 8시까지 무려 12만에 육박하는 투표가 이뤄졌는데 적절하다는 답변이 10만1842명, 부적절이 1만8043명으로 85% vs 15%였다.
그런데도 왜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을까?
첫 번째는 시간은 여당편이기 때문이다. 야당으로선 오는 10일 2월 임시국회 회기 끝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다음 대안이 없다.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106조2의 7항과 8항을 보면 다음과 같다.
⑦무제한 토론을 실시하는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을 할 의원이 더 이상 없거나 제6항에 따라 무제한 토론의 종결동의가 가결되는 경우 의장은 무제한 토론의 종결 선포 후 해당 안건을 지체 없이 표결하여야 한다.
⑧무제한 토론을 실시하는 중에 해당 회기가 종료되는 때에는 무제한 토론은 종결 선포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하여야 한다.
3월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수 있지만 3월 11일 임시국회가 열리면 지체없이 표결을 하게 되니까 새누당이 국회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른바 테러방지법을 통과 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이대로 갈 경우 국회가 사라지는 비상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4.13 총선이 일정상 치러지지 못하게 되면 국회가 기능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 19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5월 31일인데 이 때까지 20대 국회의원을 선출하지 못하면 국회의 기능이 정지되기 때문이다.
1987년 개정된 제6공화국 헌법에서는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권력불균형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온 국회해산권이 전면 삭제되었다. 따라서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은 없다. 그렇지만 국회가 존재하지 않는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임시입법기구를 만들 수 도 있고 비상한 상황이 빚어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의원 일부가 국회 해산을 주장하기도 했다.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2일 언론인터뷰에서 "내일 본회의에서도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이는 초비상사태로 볼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국회를 해산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세 번째는 일종의 독박론이다.
국회가 선거구 획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올 1월 1일부터 선거구가 무효가 된 무법 위헌 상태가 60일이 지났다. 선거구가 무효가 된 건 새누리당이 선거구획정안에 테러방지법을 연계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몽니로 선거구가 획정되지 못했는데 야당의 필리버스터로 선거구 획정안이 처리가 늦어지게 되면 그 책임을 야당이 떠 안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더민주 심야 의원총회와 비대위 회의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언론의 보도에서 여당 편향적인 기울어진 운동장인 상황에서 야당이 책임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4.13 총선이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심판론이 이슈가 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갈 경우 이념논쟁으로 흐를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더민주 심야비대위 회의가 열렸는데 김종인 대표와가 "여기서 더 하면 선거가 이념 논쟁으로 간다. 경제 실정을 이야기할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노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이 원내대표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념 논쟁으로 끌고가면 우리 당에 좋을 게 없다. 경제 문제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고도 말했고, 다른 비대위원들도 이 같은 의견에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 그렇다. 더민주로서는 '필리버스터 정국' 출구 전략을 두고 고심이 깊었다. 필리버스터를 계속하자니 총선 일정 차질이 걱정되고, 중단하자니 테러방지법이 처리될 수밖에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든, 중단하든 어느쪽이든 '결단'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필리버스터가 일주일 이상 진행되면서 야당지지층이 '야당다운 야당을 본다'며 결집이 이뤄졌고 오랫만에 정치다운 정치를 본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주목도가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 원내지도부와 상당수의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끝내기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끝내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온직후 인터넷이나 SNS에서는 야당을 비판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앞서 설명한 그런 이유로 인해 야당으로서는 더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버텨봐야 선거 차질만 빚어질 것이고 오는 11일에는 자동으로 표결이 이뤄지면 테러방지법은 통과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정치보도에서 균형보도를 얘기하지만 테러방지법은 다수당인 새누리당의 횡포가 분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책상을 열차례나 내려치면서 국회를 압박했고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한 글자도 고칠수 없다"며 버티는 상황이었다.
야당이 국회가 사라지는 비상사태를 예견하면서까지 버티기에는 한계 있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