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은닉재산 설명회 '인산인해'…"알만한 사람 수두룩"

자진신고 종료 한달 앞두고 신고자 벌써 수백명...월말에 신고 몰릴 듯

지난해 9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 기획단' 현판식. 자진신고 제도 종료시한이 이달 말로 다가왔다. (사진=기획재정부)
역외탈세를 막고 해외 은닉 자산을 양성화하기 위한 조치로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시작한 ‘미신고 역외 소득, 재산 자진신고’가 이제 종료 한 달을 앞두고 있다. 지난 5개월 동안 얼마나 성과를 거뒀을까.

“(자진신고자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기획재정부에 설치된 ‘역외 소득,재산 자진신고 기획단’ 관계자가 슬쩍 귀띔했다. 지난 5개월 동안 “수 백 명이 자진신고를 했다”는 말도 곁들였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자진신고자의 개인 신상이나 신고자의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익명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자진신고를 하려던 사람도 단념할 수 있기 때문에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사실 기획단 관계자들에게도 자진신고자의 이름이나 나이 등의 정보만 공개되기 때문에 정확히 누가 자진신고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들이 ‘이름만 보고 알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재벌가의 총수일가이거나 스포츠 선수 등 유력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 자진신고 해외 설명회, "자리 모자랄 정도로 관심 높아"

실제로 미신고 역외 소득.재산 자진신고 제도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고 한다. 미국, 중국, 일본은 물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싱가폴 등 동남아에서도 해외 설명회를 열었는데, 그 때마다 성황을 이뤘다. 미국 LA에서 개최한 설명회에는 준비한 자리가 모자랄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설명회에는 본인이 아니라 세무사 등 대리인이 주로 참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진신고제에 대한 관심은 드러난 것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관심이 높은 이유는 이번 6개월 간의 자진신고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동안 은닉해 놓은 재산이나 소득을 처벌받지 않고 합법적으로 국내로 가져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한 내국법인이 3년 전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 10억원을 해외금융계좌에 은닉한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 은닉계좌가 세무조사로 적발되면 법인세 2억2천만원(22%=2.2억)에 납부불성실가산세 7천만원(=2.2억×10.95%×3년), 과소신고 가산세 9천만원(=2.2억×40%)에 해외금융계좌 과소신고 과태료 1억2천만원(=10억×4%×3년)이 부과된다.

10억원의 소득에 무려 5억원의 세금이 붙고 여기에 외국환거래법상 자본거래 미신고에 따른 과태료(5천만원 이하)가 부과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탈세행위에 따라 2년 이하 징역까지 살게 될 수 있다.

(자료=기획재정부)
그러나 자진신고를 할 경우에는 각종 과태료와 명단공개, 형사처벌 등을 면제받아, 법인세(2.2억원)에 납부불성실가산세 7천만원만 내면 합법적인 소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여기에 자진신고를 압박하는 요인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조세정보 교환협정’이다.

◇ 해외 재산 숨길 곳은 줄고, 세무조사 압박은 커지고..

미국과는 올해 하반기부터 한미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FATCA)에 따라 조세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하게 된다. 우리나라 국세청이 미국에 있는 한국인의 계좌정보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내년부터는 영국, 독일, 케이만제도 등 전 세계 53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이 발동된다. 지난달 18일에는 우리 정부가 비밀 은행으로 유명한 스위스와도 금융정보 자동교환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점점 해외에 재산을 숨길 곳은 없어지게 되고, 국세청은 국가간에 자동교환되는 금융정보를 활용해 해외에 자산을 숨긴 한국인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벌일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기획단 관계자는 “이달 말에 자진신고 제도가 종료되는데, 그동안 눈치만 보고 있던 신고 대기자들의 신청이 한꺼번에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진신고자 규모가 수백명에서 수천명 수준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자진신고하지 않으면 해외 재산을 국내로 들여올 방법은 없어질 것”이며 “조세정보 교환협정이 확대됨에 따라 세무조사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앞서 우리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호주는 미신고 해외 소득과 재산에 대해 자진신고 제도를 운영해 대략 5천억원 수준의 세수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획단에서도 이번에 자진신고 제도가 종료되면, 자진신고자의 규모나 세수확보 금액 등을 종합해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진신고자 개인의 면면은 그때도 철저히 비공개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동안 해외에 재산이나 소득을 숨기고 있던 사람들의 숫자나 은닉 규모 등은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여,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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