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9일 필리버스터 정국 장기화에다 새누리당 '살생부' 논란으로 친박-비박간 집안 싸움이 벌어지자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20대 총선 공천은 전적으로 새누리당 몫이고, 청와대가 이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민감한 시기에 어떤 형태가 됐든 당의 공천 논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경우 청와대의 공천 개입 논란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의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살생부 논란은 청와대에 물어볼 일이 아니다. 이를 언급한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고, 다른 참모는 "청와대에서 꺼낸 얘기가 전혀 아닌데 여기에다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그런 면에서 역으로 청와대 관계자들은 당내 공천 문제에 청와대를 끌어들이는 구도가 전개되는 것에 대해 불쾌함을 억누르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공천 문제를 둘러싼 새누리당 내분 사태가 총선 민심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는 결국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에까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단합해도 모자랄 판에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는 "당에서 얘기가 나오는 180석은 고사하고, 150석도 힘들 것 같다"고 걱정했다.
더구나 더불어민주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가로막혀 테러방지법 처리가 기약 없이 지연되는데다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를 당부했던 노동개혁법은 논의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어 청와대의 걱정은 더욱 커져만 가는 분위기다.
한 참모는 "야당이 국회의사당을 괴담을 유포하는 선거운동의 장으로 활용해선 안 되고 이성을 찾기를 바란다"며 "야당은 선거법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고 늘 주장해왔던 만큼 선거법마저 잠재운다면 자기 논리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야당 내 테러방지법 재협상론에 대해서도 "야당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며 조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한 관계자는 "현재의 테러방지법을 더 약화시키면 테러를 막을 수 없는 테러방지법이 된다"며 "사이버테러 또는 특정인사에 대한 북한의 테러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회가 국민 안전을 위한 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북한과 일본에 대한 메시지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상황과 관련해 안보와 경제의 복합위기 속에서 국민적 단합을 호소하는 내용을 포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