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자정? 연맹 감사도 같은 편
-문제제기하면 징계와 불이익 따라
-박태환 갈등, 스폰서 계약이 발단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석기(전 국가대표 감독)
우리나라 수영계가 이 지경이었다는 게 믿기지를 않습니다. 수영 국가대표 선발비리의 전모가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는데요. 정말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 같습니다. 검찰은 일단 비리의 핵심인 대한수영연맹의 정 모 전무를 구속수사하고 있는데요.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혐의가 있고요.
또 박태환 선수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분이죠. 노민상 감독에게까지 월급을 상납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한 상태입니다. 도대체 수영계의 비리 언제부터 시작됐던 걸까요. 국가대표 감독을 지내면서 박태환 선수를 지도하기도 했던 내부자 한 분의 증언을 직접 들어보죠. 박석기 감독, 연결이 돼 있습니다. 박 감독님 안녕하세요?
◆ 박석기>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그러니까 언제부터 언제까지 국가대표 감독으로 활동을 하셨죠?
◆ 박석기> 저는 1989년부터 2001년까지 연맹 감독을 했고요. 그다음에 2007년도에는 스피도 소속으로 박태환 선수 전담지도를 했었습니다.
◇ 김현정> 89년부터 수영계에 몸담고 계셨으면 누구보다도 수영계 내부의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고 계시겠네요.
◆ 박석기> 많이 겪었고 또 많이 경험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리고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의 부당함을 고발했다가 지금은 영구제명된 상태시라고요?
◆ 박석기> 그렇죠. 2007년도 6월인가요? 저희들이 수영인들한테 어떤 사실도 알리고 유인물도 나눠주고 하는 등의 행동을 하니까 연맹에서는 굉장히 그걸 또 고깝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한테 영구제명이라는 벌을 주더라고요.
◇ 김현정> 그래요. 그럼 지금 검찰에서 하나둘 밝혀내고 있는 이 상황들을 보면 박 감독님은 ‘아, 그래. 저거 걸릴 게 걸렸어’ 이러면서 보고 계시는 거예요?
◆ 박석기> 그렇습니다. 지금 매일매일 터져 나오는 소식에 아주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는데요. 이 정도까지일 줄이라고는 상상을 못했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우선 대표 선발을 두고 금품이 오갔다는 내용. 이것도 박 감독님이 보셨어요?
◆ 박석기> 최근에 그런 소식들이 들려오면서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데 한 500~600만원, 또 상비군도 마찬가지로 500만원 정도의 금품이 있어야 대표가 되는 걸로 들었습니다.
◇ 김현정> 아예 가격이 정해져 있어요? 국가대표 얼마, 상비군 얼마?
◆ 박석기> 네, 그런 식으로 정해져 있더군요.
◇ 김현정> 그런데 이게 체조처럼 점수를 주는 경기면 모르는데 기록경기 아닙니까? 명백하게 기록에 의해서 1, 2, 3, 4등이 현장에서 나오는데 그걸 어떻게 개입을 합니까?
◆ 박석기> 하위에 있는 선수가 상위 선수를 제치고 선발이 된다거나 이런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런 경우는 또 빠져나가는 방법이 (성적이 낮은 선수를) ‘유망주다 또는 장래성이 보인다’ 이런 얘기를 연맹에서 앞세우면 누구도 거부하기 힘들죠.
◇ 김현정> 잠깐만요. 잠깐만요, 그러니까 상비군으로 A라는 선수를 뽑으면서 저기 성적이 낮은 A라는 선수를 뽑아 올리면서 말하는 논리가 ‘유망주다’?
◆ 박석기> 네.
◇ 김현정> 그래도 협회의 규정이나 룰이라는 게 있지 않겠습니까?
◆ 박석기> 협회 규정에도 그런 유망주를 뽑는 룰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대표 자리에 있어야 연맹의 추천서를 받게 되고, 또 추천서를 받으면 서울대에 진학을 한다거나 이런 식의 거래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 박석기> 물론이죠. 그렇기 때문에 좀 우스운 얘기지만 하다못해 상비군에 뽑혀서, 또는 대표팀에 뽑혀서 가는 선수들에게 ‘너 대표팀에 들어와라, 너 상비군에 들어와라’라고 해도 자기는 ‘그런 사람들이 가는 곳은 안 간다’라고 선수들이 토로할 정도로 그렇게 질서가 무너져 있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런 사람들이 가는 곳은 나는 안 가겠다, 뽑아줘도 안 간다’?
◆ 박석기> 네. 자기보다 못하는 사람들도 들어가는 곳. 또 돈만 있으면 들어가는 곳. 이렇게 되다 보니까 선수들이 느끼는 박탈감이라는 건 굉장히 심각한 거죠, 저희들이 느끼기에도요. 저도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 김현정> 그 정도군요. 그냥 공공연하게 돈만 내면 들어가는 곳이 국가대표고, 국가대표 상비군이다. 이런 얘기가 그냥 막 돌 정도예요?
◆ 박석기> 그렇죠. 연맹이라는 조직이 선수를 위해서 존재하고, 선수를 육성하고 키워야 되는 그런 의무를 가지고 있는 조직이잖아요.
◇ 김현정> 물론이죠.
◆ 박석기> 그런 역할을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쁘게 선수들의 꿈을 꺾어버리는 일을 너무 자행하다 보니까 경찰 관계자 분들한테 진정도 하고 조직을 개선해 보려고 노력을 했었지만 그게 번번이 막혔었어요.
◇ 김현정> 2007년도 그렇고 번번이 막혔던 이유는 뭡니까? 뭐라고 생각하세요?
◇ 김현정> 그래요. 지금 검찰이 이 모든 비리의 핵심인물로 연맹의 정 모 전무를 구속한 상태입니다.
◆ 박석기> 네,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몸통 맞습니까? 그 사람을 구속하면 되는 건가요?
◆ 박석기> 지금 집행부는 정 모라는 전무이사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모든 이사진, 전부 한 집단이거든요.
◇ 김현정> 한 집단이라는 게 무슨 말씀이세요?
◆ 박석기> 모두 생각이 같다는 거죠, 거의. 몇 명의 보직을 해임한다 하더라도 나머지 인원들은 똑같은 일을 계속해서 할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라고 생각을 해요. 모든 수영인들이요.
◇ 김현정> 지금 연맹에서는 ‘내부 감사를 철저히 하겠다. 법제상벌위원장을 통해서 추가 비리를 조사하겠다’라고 얘기를 했는데요. 감사를 하고 감시를 해야 될 법제상벌 위원장도 다 같은 편이다?
◆ 박석기> 그렇게 생각합니다. 수십년 동안 수영계에 몸 담아오시고 공헌도 많이 하셨지만요. 이런 일이 자행되는 것을 묵인하거나 방조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어요. 몇 년을 묵혀서 계속 아무 일 없다고 감사가 보고를 하고 넘어온 자리에 이런 일이 생긴 거 아닙니까?
◇ 김현정> 결국은 그 내부에서 뭔가 비리를 밝혀보겠다. 우리가 자정해 보겠다라고 하지만 그게 과연 될 것인가. 그게 대안이 될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갸우뚱하다는 말씀이신데요. 우리 박석기 감독처럼 지금 내부에서도 ‘이거 이대로 안 된다.’라고 분명히 문제제기 하는 분들이 계셨을 거예요, 계속해서요.
◆ 박석기> 그렇죠.
◇ 김현정> 그분들은 그럼 목소리가 다 묻힌 상황인가요?
◆ 박석기> 아무 말도 못 하죠. 한마디의 반론도 제기하지 않고 연맹에 자꾸 바른 소리를 여러 차례 해대고 지시나 지침에 따르지 않으면 자격정지를 주거나 징계를 통해서 입을 막아버리고 묶어버리니까 많은 지도자들이 그런 불이익을 당했죠.
◇ 김현정> 그래요. 마지막으로 궁금한 거 하나만 더 질문드릴게요. 우리나라 수영의 대들보 박태환 선수. 박태환 선수가 계속해서 연맹하고 사이가 안 좋았잖아요. 그 배경에도 그런 연맹의 이런 문제들이 다 깔려 있었던 겁니까?
◆ 박석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게 처음부터 수영용품 업체들 간에 어떤 힘겨루기, 또는 홍보 같은 것을 통해서 그게 갈등이 시작이었죠.
◇ 김현정> 어떤 갈등입니까?
◆ 박석기> 아무래도 대한수영연맹에 용품을 제공하고 도움을 주는 상품 회사가 있고요.
◇ 김현정> A라는 회사하고 연맹하고 가까운거죠?
◆ 박석기> 네. A라는 회사가 있고 그런데 박태환 선수는 B라는 회사에서 스폰서를 받은 거죠. 당초의 예정대로라면 A회사가 당연히 박태환 선수로 홍보에 활용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그 소속사가 자기 회사가 아니니까 굉장히 연맹 쪽에도 난처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는 공개적으로, 더군다나 박태환 선수가 해외훈련을 시작하고 이러면서 연맹하고 사이가 좋지 않게 된 거죠.
◇ 김현정> 그렇게 된 거군요. 연맹이 원하는 스폰서 업체와 계약하지 않으면서부터 갈등이, 쉬운 말로 미운털이 박힌 거예요?
◆ 박석기>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서 번번이 갈등이 벌어졌다는 이야기. 알겠습니다. 아마 검찰이 수사를 한다 그랬는데 이번에도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게 꼬리만 자르고 끝나는 수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관심 가지고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어려운 증언 고맙습니다.
◆ 박석기>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전 국가대표 수영감독을 지낸 분이죠. 박석기 전 감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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