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방송된 시그널 11화를 본 시청자들은 대표적으로 두 장면에서 극의 흐름을 헤친 PPL을 지적했다.
먼저 경찰 미제사건전담팀장인 형사 수현(김혜수 분)이 선을 보러 나가는 장면에서의 화장품 PPL이다. 수현은 평소 입고 다니던 대로 무채색의 캐주얼한 차림으로 맞선 자리에 나가려 한다.
하지만 이 모습을 본 수현의 어머니는 그를 방으로 끌고 들어가서는 분홍빛 옷을 입힌 뒤 만족스러워하며, 이제 화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때 '딱'하는 케이스 열리는 소리와 함께 뜬금없이 등장하는 모 화장품 브랜드 로고.
나머지는 프로파일러 해영(이제훈 분)이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등장한 모 샌드위치 브랜드다. 해당 샌드위치 가게를 찾은 해영은 이 브랜드의 마니아라도 되는 듯이 복잡한 주문 과정을 능숙하게 처리한다.
"빵은 따뜻하게 해 드릴까요?"라며 마지막 주문사항을 확인하는 점원과, 사무실에 들어가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으며 업무를 보는 해영의 모습은 이 드라마가 전해 준 정서와는 달리 몹시 이질적이었다.
이 샌드위치 브랜드는 앞서 해영이 수현의 집에 방문하는 장면을 그린 전주 방송에서도, 수현의 어머니가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이 브랜드의 샌드위치를 해영 앞에 내와 시청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이날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갈수록 노골적으로 상품을 광고한 시그널의 PPL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갑자기 김혜수가 모델인 화장품 사용방법 친히 보여 주더니 상품 확대해서 나오고" "그 샌드위치 너무 대놓고 PPL인 거 티나더라" "비교적 거슬리지 않는 PPL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가정집에서 그 샌드위치를 내오는 장면을 보고 말을 잃었다"는 식의 비판 글이 대다수다.
시그널 방영 초기, 이 드라마를 접한 시청자들은 영화를 보는 듯한 높은 완성도와,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명배우들의 호연을 보면서 환호했다. 비상식적이거나 상투적인 이야기 전개, 노골적인 PPL 탓에 이야기로서 생명력을 잃어 버린 지상파 드라마와는 뚜렷이 다른 흐름을 시그널에서 확인한 까닭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극의 높은 몰입도라는, 시그널을 지탱해 주던 든든한 한 축이 PPL 탓에 흔들리는 모양새다. 드라마가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는 만큼, PPL 탓에 생기는 작은 삐걱거림이 자칫 드라마의 전체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훌륭한 이야기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 남기 마련이다. 시그널을 본 시청자들이 시그널 하면 '노골적인 PPL'을 떠올리며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에 만연한 물질만능과 무한경쟁을 꼬집고 있는 시그널 제작진의 조금 더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