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출신의 지안니 인판티노 유럽축구연맹(UEFA) 사무총장은 27일(한국시각)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FIFA 특별총회에서 바레인 출신의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을 제치고 차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 선출됐다.
인판티노 신임 회장은 FIFA 윤리위원회의 징계로 출마가 무산된 미셸 플라티니 전 UEFA 회장을 대신해 급히 이번 선거에 도전해 당선이라는 결과까지 가져갔다. 제프 블래터 전 회장이 측근의 뇌물 수수 등 비리 문제로 5선 성공 4일 만에 자진해서 사퇴하는 등 논란이 있었지만 블래터 회장과 친분이 두터웠던 플라티니 전 UEFA 회장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던 인판티노 UEFA 사무총장의 당선으로 ‘비리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블래터 전 회장은 인판티노 신임 회장이 FIFA 회장 선거에 뛰어들자 비난을 했을 뿐 아니라 셰이크 살만 AFC 회장과 친분이 두터웠다는 점에서 이 둘을 연결하는 직접적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인판티노 신임 회장이 무려 17년간 FIFA를 이끌며 폭발적인 외적 성장의 이면에 ‘비리 백화점’이 있던 전임 블래터 회장 시대와는 분명한 차이를 강조했다는 점이다.
인판티노 신임 회장은 선거전 당시 강력한 개혁을 부르짖었다. FIFA 주요 임원의 임기를 12년으로 제한하고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된 집행위원회를 폐지하고 협의회를 도입하는 등의 개혁안을 공약을 내걸었다. 실제로 회장 선거를 앞두고 5명의 출마자에게 FIFA가 제공한 ‘당선 후 인터뷰 모범답안’을 공개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등 기존의 FIFA 조직과 분명하게 선을 긋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과거 UEFA에서 일했던 인판티노 신임 회장의 업적을 살펴보면 과연 공약한 대로 과감한 개혁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부호도 따른다.
실제로 인판티노 신임 회장은 UEFA 사무총장으로 재정적 페어플레이 룰(FFP)를 도입하고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출전국을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확대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FFP가 UEFA 내 클럽의 ‘부익부빈익빈’화를 더욱 확대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블래터, 플라티니와 마찬가지로 윤리위원회가 내린 6년의 자격 정지로 이번 FIFA 회장 선거에서 중도 하차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은 인판티노 회장의 당선에 “신임 회장이 아벨란제-블래터의 체제를 청산하고 FIFA의 근본적인 개혁을 이뤄내기를 기대한다. 신임 회장의 당선을 계기로 FIFA가 명예를 회복하고 많은 축구팬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게 되기를 바란다”고 평가했다.
정 명예회장은 인판티노 신임 회장의 공약에 상당한 기대를 거는 눈치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은 향후 6년간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업무도 할 수 없는 만큼 당장 ‘세대교체’의 효과를 누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