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대 총선이 45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선거구획정이 시급한 점을 고려하면 시간은 새누리당 편인 것으로 보인다.
◇ 野 필리버스터, 절반의 성공
더불어민주당은 28일로 엿새째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면서 '테러방지법의 이슈화'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은수미 의원은 정치후원금과 지지자들의 응원을 한몸에 받았고, 필리버스터 1호인 김광진 의원은 테러방지법에서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해 관심을 모았다.
신경민 의원의 "필리버스터는 새누리당의 19대 총선 공약이고, 새누리당 홈페이지 공약집에 나와 있다"는 발언은 새누리당 홈페이지 마비사태로 이어졌다.
이밖에도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들의 이름과 테러방지법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속속 오르면서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 필리버스터 딜레마…코앞에 닥친 선거구 데드라인
그런데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거구획정이다.
선거구획정안(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선 필리버스터를 종료해야 한다. 이 경우 본회의에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에 대한 표결 절차가 곧바로 시작된다.
더민주는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해 시작한 필리버스터를 빈손으로 마무리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딜레마 때문에 테러방지법 수정을 위한 여야 협상에 적극적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우리는 (독소조항 부칙을 수정한) 국회의장의 중재안이라도 받겠다"며 여당에게 협상을 통한 조속한 타결을 촉구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정원의 감청 조건을 '국가안보에 우려가 있는 경우'로 제한한 2차 중재안을 협상테이블에 올리자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현재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에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야당의 요구를 모두 수용해 현재 직권상정된 법안에 모두 반영했다"며 "우리는 더 이상 테러방지법에 손 댈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야당이 총선을 포기할 생각이 아니라면 선거구획정안 본회의 처리를 계속 미룰 수 없고, 테러방지법도 자연스럽게 통과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한발 더 나아가 ▲법사위 계류 법안 ▲북한인권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의 동반 처리를 협상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며 배짱을 부렸다.
이에 더민주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을 설득해 이날 오후 법사위에서 북한인권법과 무쟁점 법안 30여 건을 처리하며 새누리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
하지만 이날 밤 만난 여야 지도부는 서로의 입장만 확인했을 뿐 아무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필리버스터 정국을 종결시킬 '열쇠'는 선거구획정이 될 전망이다. 선거구획정안을 마련해야 하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손에 달린 셈이다.
그런데 획정위의 상황은 복잡하게 꼬여있다. 여야 동수로 구성된 획정위원들이 '여야 대리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획정위는 정 국회의장이 요청한 획정안 제출 시한인 25일 낮 12시를 지키지 못한 데 이어 26일에는 획정위원들의 피로 누적을 이유로 2시간도 안돼 회의를 중단했고 27일 오후 속개된 회의에서도 선거구획정안 마련에 실패했다.
획정위는 10석이 증가하는 수도권에서 여야 위원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읍·면·동 경계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9일이 필리버스터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이 4·13 총선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기 위한 '마지노선'인 탓이다.
이날까지 선거구획정안 마련과 여야 합의가 무산될 경우 총선 연기가 현실화되면서 여야는 국민의 비난을 함께 감당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