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국정원 폐지" 주장했던 여당

참여정부때 인사 문제삼으며 "폐지해야"…X파일 터지자 "마약같은 존재"

국정원 (사진=자료사진)
국정원에 대테러 관련 감청·금융정보 수집 등의 권한을 주는 테러방지법을 놓고 여야의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3년 국정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한 적이 있다.

물론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때도 국정원에 대테러 업무를 맡기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기도 했었다. 어느 쪽에서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입장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본적으로 지난 대선 댓글사건, 간첩조작 사건, 좌익효수 사건 등 국정원의 불법을 지적하며 국정원의 권한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 프로그램을 구입해 개인사찰을 했다는 의혹도 이런 흐름에 일조했다.

이런 정황으로 봤을때 국정원이 정치적으로 권한을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국정원의 권한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여건이 됐느냐다. 일단 전문가들은 국정원의 권한을 제어할 수단이 마땅하지 않다는 데 큰 이견이 없다.

외국과 달리 국정원을 상시 감독할 기구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는 국회 정보위도 상설기구가 아니고 자료제출을 강제할 방법도 없다.

국정원은 한때 정권유지의 중요한 '도구'로 쓰이면서 기본적인 불신을 받고 있다. 이는 지금 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가 막 출범한 2003년 4월 30일 의원총회에서 '국정원 폐지, 해외정보처 신설'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유는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고영구 국정원장과 서동만 기조실장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현 경남지사인 홍준표 의원 (사진=자료사진)
현 경남지사인 홍준표 의원은 "국정원이 존립할 이유가 있느냐는 논의는 지난 대선 이전부터 나왔다"며 "국정원이 정치사찰, 도·감청, 대북뒷거래를 일삼아 온 만큼, 이번 기회에 아예 국정원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고 원장에 이어 서동만 실장을 임명하자 또다시 의총을 열고 국정원에 대한 예산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5월 한나라당은 안전기획부 출신의 정형근 전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국정원 폐지 및 해외정보처 추진기획단'을 구성했다.

이후 이런 논의는 잠잠해지는 듯하다가 2005년 국정원 불법도청사건(일명 삼성X파일 사건)이 터지자 또다시 국정원 폐지론이 한나라당에서 제기됐다.

삼성X파일 사건은 삼성그룹과 정치권·검찰 사이의 정치자금·뇌물 거래 관계가 폭로된 사건이다.

이규택 당시 최고위원은 "많은 분들이 개편이나 쇄신 얘기를 하지만 국정원은 이미 존재 의미를 상실했다"며 권력자 입장에서는 일종의 마약, 아편과 같은 국정원을 폐지하고 미국 CIA 같은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한나라당은 2006년 드디어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무성 대표, 홍 지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당시 한나라당 총재는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한나라당 의원 19명이 마련한 법안에는 정치사찰행위 금지, 국정원장 탄핵소추권 신설, 국정원 예산안과 분기별 회계보고 의무화, 독립적인 정보감찰관 신설 등이 포함됐다.

이는 지금의 야당이나 시민단체에서 요구하는 내용과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이런 개혁안은 지난 대선 국정권 댓글사건을 중심으로 각종 탈법·불법 의혹이 터져 나왔을 때는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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