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호주 등지에서 10년의 외유를 하고 돌아온 사회학자 우석영씨가 이방인의 눈으로 우리 시대 민낯을 관찰한 비평 에세이다.
저자는 개개인의 인간적 삶이 처참히 무너져내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에 주목하면서, 대다수의 한국인이 오늘날 도시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또 왜 그렇게 살아가게 되었는지 탐구해나가는 일에 시급성을 느께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삶을 견딘다는 것, 삶을 지나간다는 것, 삶이 그럭저럭 살아진다는 것. 이것과 삶을 살아간다는 것, 순간 순간 풍요로운 지금, 자신의 온전성을 느끼며 삶을 즐겁게 살아간다는 것은 굉장히 다른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인가요? 여기 이 땅,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나요? 우리는 위기의 시대, 새로운 가치의 모색에 도달해 있습니다."(저자 인터뷰 중에서)
본문에는 강세황,김수철, 이인문, 정선, 민정기, 임옥상, 반 고흐, 클로드 모네 등 고대와 현대,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예술가들이 남긴 50여장의 다채로운 미술작품이 등장한다.각각의 그림은 오늘의 한국과 한국인, 도시의 문제를 탐색하는 데 도움을 준다.
본문 중에서
"이인문의 <송계한담도>의 경우, 한편으로 이처럼 작가의 기교를 드러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김수철의 <송계한담도>에서 느끼는 청량감, 청신감을 또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 이상하다. 감상자는 '와, 이 솜씨 봐라''하면서도 동시에 그 화면에서 배어나오는 청량감에 이끌린다. 널바위, 솔, 계곳수. 이 세 가지 청량의 원친이 서로를 감돌며 청량의 화음을 내기 때문이고 적당한 크기의 여백이 이 화음을 살려주기 때문이다. 감상사는 작가의 기량에 압도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은 절로 소쇄(瀟灑)해진다."
"미술품 감상이라는 것이 완물상지(玩物喪志:외형에 치우치다 보변 본뜻을 잃는다)로 전락하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어떤 대 미술은 감상자를 붙들어, 정박하게 한다. 이를 명상의 힘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어떤 미술 작품은 어느 순간에 인간의 가슴에 와 박히고 부유하던 존재, 파편화되어 있던 존재를 뿌리내린 존재, 집중된 존재로 승격한다. 말보다는 글이 이러한 승격의 힘에 앞서는데, 어느 경우엔 글보다는 이미지가 이 힘에서 월등하다. 가령 태극기에 글진 문양의 힘은 얼마나 강력한가. 정말이지 어떤 미술품은 우리의 심저(心低)로 곧장 자신을 밀고 들어와 우리를 웃고 찡그리게 하고, 어떤 때는 우리 자신이 고집해온 삶의 근본 지향과 가치를 통째로 흔들어놓기도 하다. 도시, 철학이라는 두 꼭지점에 미술이라는 꼭지점이 더해 삼각형을 완성한 이유이다."
우석영 지음/ 궁리/ 328쪽/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