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의 얼굴을 한 야만의 오백 년

신간 <두 얼굴의 조선사>, 조윤민 지음

"철학자의 나라" 조선에서는 착취하는 이와 착취당하는 이, 두 계층만 존재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착취의 정치가 500년을 지속할 수 있었을까? <두 얼굴의 조선사>는 조선의 선비를 '권력기술자'로서 조명함으로써,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조선의 관료제도는 지배세력에 의한 강제적 약탈 기구였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조선 정치는 '수탈과 부패가 공공연히 인정되는' 상태로 '정상화' 되어 있었고, 관리의 수탈과 양반의 전횡은 성군의 치세에도 늘 존재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실록과 그 외 다양한 문헌을 종횡무진 참고하면서 조선 지배층의 근보본적 성립·유지 조건, 조선의 각종 제도 운영 실태, 조선 후기로 갈수록 심화된 이념과 규제들 저변에 깔린 본래 의도 등을 차례로 드러내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계급정치 유지'를 위해 '도덕정치 이념'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온 것이 조선 지배층의 근본적인 통치 방책이었음이 드러난다.

1910년 일본 정부가 병합늑약을 발표하면서 조선조 500년 지배의 끝이 예고되었을 때, 조선 지배층은 '대한민국 황제 즉위 4주년 기념식'을 열고 연회를 즐겼다. 국가와 민새에 대한 의식 없이 각종 특권을 누리고 탐욕을 채우면서 500년을 내달린 조선 지배층의 마지막 모습을 중국의 사상사 량치차오는 다음과 같이 기록해 놓았다.

"대연회에 신하들이 몰려들어 평상시처럼 즐겼으며, 일본 통감 역시 외국 사신의 예에 따라 그 사이에서 축하하고 기뻐했다. 세계 각국의 무릇 혈기 있는 자들은 한국 군신들의 달관한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조윤민 지음/ 글항아리/ 368쪽/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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