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의 EU 가입으로 영국의 경쟁력은 높아졌으며, 경제는 성장했고, 무역이 확대됐지만, 동시에 부작용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EU 내 잔류를 주장하는 니프코 영국 법인의 마이크 매튜 이사는 EU 가입으로 기업들이 엄청난 경쟁으로 파산 위기로 내몰렸지만, 결국 이를 극복하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스탠퍼드 대학의 닉 블룸 교수는 "경쟁은 기업들을 발전시키거나 혹은 퇴출시킨다"라며 "단일 유럽 시장은 경쟁을 증가시켰고, 영국 기업들을 혁신시켰다"라고 말했다.
◇ GDP 증가
영국은 1973년 EU의 모태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할 때만 해도 유럽의 병자라는 말을 들었다. ECC 창립회원국이었던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는 1960년대 말까지 영국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았으며 격차도 매년 확대됐다. ECC가 창립된 1958년부터 영국이 ECC에 가입한 1973년까지 3개국의 1인당 GDP는 평균 95% 증가했으나, 영국은 같은 기간 50%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ECC에 가입한 후 영국은 이들을 조금씩 따라잡기 시작했고, 43년간 이들 나라보다 1인당 GDP는 더 빠르게 증가했다. 덕분에 2013년 영국의 1인당 GDP는 1965년 이후 처음으로 이들 세 나라의 평균보다 더 높아졌다.
브루넬 대학의 나우로 캠포스 교수는 영국이 EU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성장했을지를 추정한 바 있다.
영국은 1973년 가입 이전에 뉴질랜드와 아르헨티나의 경제 규모를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40년간 영국 경제는 이 두 나라보다 23%가량 더 성장했다.
캠포스 교수에 따르면 영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때는 영국이 ECC에 가입한 직후인 1970년대와 EU가 상품 시장을 단일화한 1992년으로 모두 거대 통합이 이뤄진 시기다.
그러나 애버스노트 증권의 루스 리 경제 고문은 1973년 이후 경제적 성과를 ECC 가입으로만 설명하긴 어렵다며, 국영기업의 민영화, 규제 철폐 등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경제 부흥정책도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 무역 증진
대다수 전문가는 영국의 EU 가입으로 교역이 증가했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
유니크레디트의 대니얼 베르나차 연구원은 영국과 EU 회원국의 교역은 1973년 이후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에 남아있던 다른 국가들과의 교역보다 더 빨리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EFTA는 영국이 과거 ECC에 가입하기 전에 가담했던 소규모 경제 블록이다.
베르나차는 세금을 낮추는 것보다 규제를 일치시키는 것이 무역을 촉진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워릭 대학의 닉 크래프츠 교수는 "1960년대 영국의 가장 큰 문제는 경쟁력이 매우 약했다는 점"이라며 "무역 자유화는 경쟁력을 개선한 주요 요인이었으며, 부실 기업은 정리됐고, 경영은 더 개선됐으며 산업 관계가 더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컨설팅업체 애너리티컬리 드라이븐의 레베카 드라이버는 교역이 상대적으로 높을수록 기업의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외적으로 교역하는 영국 기업의 11%가 영국 전체 생산성 증대의 60%가량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기업들은 단일화된 강력한 규제를 바탕으로 지리적으로 매우 큰 집중화된 시장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무역이 경쟁과 성장을 이끈다고 주장한다. 유엔(UN)에 따르면 1993년 이후 영국은 역내 외국인 직접 투자의 가장 큰 수혜국이었다.
◇ 부작용
그러나 EU 회원국 지위가 영국에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영국인은 인구 20명 당 1명이 현재 다른 EU 회원국에서 태어난다. 그러나 많은 연구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이민으로부터 얻은 대부분의 (경제적) 이득은 이민자에로만 돌아갈 뿐 영국인들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 즉 자유로운 이동이 영국인들을 번영시키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EU라는 체제가 영국의 개방성을 개선했을지는 몰라도 그 개방성이 오롯이 이점만을 준 것도 아니다.
일례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많은 영국 은행들은 외국계의 악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는 영국 경제를 글로벌 금융위기의 소용돌이로 끌어넣는 주범이 됐다.
EU 체제에 회의적인 이들은 영국이 부진한 성장세를 보이는 EU에서 탈퇴하면 오히려 더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FT는 이는 미래의 전망에 기댄 것으로 현재 존재하지 않는 무역 관계를 예견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 세기가량 영국은 더 큰 시장에 문호를 열어 혜택을 입었으며 이는 더 큰 경제적 동력을 자극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FT는 강조했다.
워릭 대학의 크래프츠 교수는 EU가 직접 영국에 얼마나 많은 이익을 가져다줬는지를 정확히 추산하긴 어렵지만, 대략 현재 영국이 누리는 것의 10%가량은 EU 가입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EU 회원국으로서 영국이 누린 "적정 수수료"라며 영국이 이미 1970년~1990년대 고도 성장기를 지나온 EU에 영구적으로 있겠다고 해서 영국의 성장률이 계속 증가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영국이 EU 회원국이 되면서 누렸던 개방성과 경쟁력은 EU를 떠날 경우 누릴 수 없을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