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가치의 변화…쌀, 농업개혁의 분수령

[창조농업 100년 장막을 걷어내다⑤] 박근헤정부의 최대 난제, 쌀 재정부담 증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3년이 다됐다. 이제 4년차를 맞아 임기 종반을 준비하고 있다. 돌아보면, 지난 3년 동안 우리 농업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6차 산업이 처음 도입됐고, 첨단 스마트 팜이 미래농업의 대세로 떠올랐다. 그런가 하면, 자유무역협정인 FTA가 전면 확대된 시기이기도 하다. CBS노컷뉴스는 박근혜 정부 3년의 농업정책을 진단하는 특별기획을 19일부터 6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쌀농사…포기할 수 없는 매력

한 평생 시골에서 농사만 짓고 살아 온 김대섭(72)씨는 논과 밭을 대부분 처분하고 지금은 논 6마지기(4,000㎡)와 밭 300평(1,000㎡)만 남았다.

김 씨는 지난해 벼농사를 지어 80㎏ 들이 27가마의 쌀을 수확했다. 이렇게 해서 번 수매자금은 정부가 지원하는 직불금까지 포함해 500만 원 남짓이다.

또, 밭에 심은 고추는 평년작을 수확했지만 중국산 수입 고추 때문에 산지가격이 폭락하면서 겨우 300만 원 정도를 벌었다.

김 씨가 이처럼 벼와 고추농사를 지어 800여만 원을 벌었지만 재료비와 농약 대금 등 생산비를 제하고 실제 손에 쥔 건 600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

그래도 김 씨는 농사지을 힘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까지 벼농사는 계속해서 지을 계획이다. 그나마 벼농사가 일손이 적게 들면서도 다른 밭농사에 비해 수입이 괜찮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을에 수확하면 농협이나 민간 미곡종합처리장이 알아서 수매해주고 정부가 보조금까지 지급하기 때문에 이만큼 안정적인 농사가 없다.

◇ 쌀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폭락…박근혜정부 농정의 최대 아킬레스건

박근혜정부의 농업정책 가운데 식량, 특히 쌀 산업은 가장 골치 아픈 숙제로 남아있다. 지난 3년 동안 최선책을 찾았지만 차선책마저도 만족도가 떨어진다.

근본적인 원인은 쌀 소비는 줄었는데 생산량은 오히려 늘어나면서 수급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432만 7천 톤이 생산돼 우리나라 연간 신곡 수요량 397만 톤 보다 35만 7천 톤이나 초과 생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산지 쌀값은 계속해 하락해 2015년산 수확기(10~12월) 산지 쌀값은 80㎏ 기준 15만 2,158원으로 2014년산 16만 7,347원 보다 무려 9.1%나 폭락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산지 쌀값이 떨어지는 것을 마냥 두고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쌀이 우리나라 식량안보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2014년 기준 국내 농가인구 275만 명 가운데 39%가 김씨처럼 65세 이상 고령자들로 대부분이 쌀농사에 의존하고 있기에 쌀값 폭락은 농촌경제, 특히 농민들의 노후생활을 뿌리 채 흔들 수 있는 폭발성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쌀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근혜정부도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한 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재정을 투입해 문제를 덮어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생산 농가에 1㏊당 100만 원씩 고정직불금과 쌀값 하락에 따른 변동직불금까지 지급하고 있다. 연간 직불금 규모만 1조5천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70여만 톤에 달하는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용 쌀 매입에 1조4천여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쌀 산업에만 연간 3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민간 농업연구소인 GS&J 이정환 이사장은 "쌀의 과잉공급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정부의 재정부담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정부나 국회가 쌀 목표가격을 낮추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또, "농민들도 스스로 쌀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대체작목을 개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정부가 무조건 지원하겠지 하는 생각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농민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모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 쌀농사 대신 대체작목 유도…식량 정책 수정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연말에 '중장기 쌀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쌀 적정생산과 쌀 수요 확대, 재고 관리 등 쌀 관련 3대 분야 10대 과제를 담고 있다.

먼저, 농식품부는 우리나라의 1인당 쌀 소비량이 오는 2019년에 57.4㎏까지 떨어져 2014년에 비해 8㎏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최근 10년간 연평균 28만 톤의 쌀이 초과 공급된데 이어, 향후 10년 동안 연평균 24만 톤이 남아돌 것으로 추산했다.

결국, 쌀 수급 관리를 위해선 쌀의 생산량부터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구체적으로 벼 재배면적을 지난해 79만 9천㏊에서 2018년에는 711㏊까지 11% 감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쌀 농사를 밭작물 등으로 전환하도록 '생산 조정제' 도입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쌀 포장지에 '미검사' 사항을 삭제해 등급표시율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저품질쌀은 설 땅이 없어지게 돼 자연스럽게 생산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와 함께, 쌀 소비량을 늘리기 위해 가공식품 개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국내 쌀 가공식품 매출액은 지난해 4조 2천억 원에 불과했으나 오는 2020년까지 7조원 규모로 늘리고 2025년에는 10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쌀가공식품 수출액을 지난해 6,100만 달러에서 오는 2020년까지 1억5천만 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쌀가루 협의체를 구성해 제빵과 면류업계가 원료의 5%를 쌀가루로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쌀 제품 연구개발 사업에 50억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밖에 3년 이상 묵은 쌀은 과감하게 막걸리와 맥주, 소주 등 주정용으로 우선 처리하고, 나머지는 동물 사료용으로 처분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또, 올해부터 저소득 계층에 대한 복지용 쌀 판매가격을 20% 인하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저소득 계층의 쌀 구입비용은 지난해 20kg당 2만2,210원에서 올해는 1만6,256원으로 6천원 정도 줄어들게 된다.

오경태 농식품부 차관보는 "쌀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시급하다"며 "앞으로 수급 상황 등 여건 변화를 반영해 3년 단위로 점검과 평가를 실시해 대책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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