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사드 직접거래하나…평화협정 이어 韓 배제 우려

韓 대북통로 차단 외통수 자초…"안보리 제재 이후 출구 전략 마련해야"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논의가 지연되면서 '북미간 평화협정 비밀 논의' 논란에 이어 한국이 '사드 협상'에서도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한미 양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한 모든 사항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양국간 미세한 온도차를 보여주는 정황들이 계속 드러나면서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 7일부터 시작된 '사드 한미 공동실무단' 구성을 위한 세부 협의를 마치고 23일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의 요청으로 전격 연기됐다.

토머스 벤들 주한 미8군사령관은 이날 오후 "주한미군사령부와 미 정부간 대화가 종결되지 않았다"며 "(약정식)은 빠르면 24일 오후 체결이 가능하고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우리 국방부는 같은 날 오전 "공동실무단 구성과 운영을 위한 한미 군당국간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었지만 협의가 마무리 되지 않아 약정 체결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사드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이 표류하는 것은 사드 배치 문제가 미-중간 대북제재 협상 결과와 유엔 안보리 제재에 연동돼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를 지렛대 삼아 중국에 대북 제재 동참을 유도해왔고,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며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다.

대북제재를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던 미국과 중국은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회동을 계기로 일정 수위에서 접점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케리 장관은 이날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동한 뒤 "(대북제재 결의안 논의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수일 내 합의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 (사진=미국 국무부)
왕 부장도 "중요한 진전을 이뤘고 결의안 초안에 합의를 본 뒤 가까운 시일 내에 이를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 양국이 대북제재에 대해 적정 수준의 합의에 이르렀음을 확인했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한 것을 볼때 미국 역시 이에 상응하는 댓가를 줬을 가능성이 높고, 결국 이는 사드 배치 문제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다.

케리 장관은 왕이 부장과의 이날 회담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한반도에) 사드는 필요없다"고 말했다.

사드 실무단의 약정 체결이 계속 지연되면서 미국이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을 이끌어낼 카드로 사드를 활용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한미 "긴밀 공조" 해명 불구…사드, 평화협정 미세한 온도차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와 사드 배치는 별개의 사안이고, 한미간 입장차는 없다"고 밝혔지만 당초부터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약정 체결을 진행하는 등 미국과 미세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미국은 북한과의 평화협정을 놓고도 한국 정부와 틈새를 보였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온라인판에서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북한 핵실험 수일 전에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북한과 은밀히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사드 (사진=미 육군 플리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먼저 취해야만 평화협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이런 전제조치를 포기하고 논의에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당시 미 국무부는 '선(先)비핵화 논의, 후(後)평화협정 논의'라는 기존 원칙보다 다소 누그러진 '비핵화 논의가 중요하지만 평화협정도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역(逆)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대신 북한의 핵문제를 평화협정 논의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이 요구를 거부했고 곧이어 핵실험을 감행했다고 WSJ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우리 정부는 평화협정 문제가 불거진 직후 "한미는 비핵화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는데 여전히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반박했고, 미국 정부도 평화협정보다 비핵화가 우선이라고 해명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대북 평화협정에 대한 한미간 미세한 온도차를 감지케하는 정황들은 이어졌다.

CNN은 월스트리트저널(WSJ)가 관련 보도를 한지 하루만인 22일, 미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북한과 비핵화 및 평화협정을 동시에 논의하려 했다"고 WSJ 기사를 사실상 그대로 받았다.

한국은 현재 진행중인 미중, 북미간 공식 및 비공식 접촉에서 중심에서 밀려나는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또 한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후 대북 제재와 압박에만 집중하고, 유엔 안보리 제재 이후 국면에서의 장기 전략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재 박근혜 정부는 대북 압박과 제재에 올인하고 있는데, 압박과 제재는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 없이는 어렵다"면서 "압박과 제재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면 출구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 남북간 연결통로를 완전히 차단한 채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제재에 굴복해 대화에 응하거나 계속 버틸 경우 중국이 제안한 평화협정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북-미, 미-중간 직접협상에서 흐름을 놓치고 배제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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