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만난 류준열은 감기 때문에 목소리가 푹 잠겨 있었다. 이날도 이비인후과를 다녀 온 참이었다. 하지만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웃으며 인터뷰에 응했고, 가치관이나 내뱉는 말에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풍겼다.
연예인이라기 보단 옆집 동생같은 친근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실제 류준열은 "친구들이랑 축구하고 담소 나누고 영화·드라마 볼 때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정환이보다 매력적인 류준열은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를 꿈꾼다.
[ 일문일답 ]
▶ 지난 19일 첫 방송된 '꽃보다 청춘-아프리카'(이하 '꽃청춘')는 본방 사수했나
드라마와 달리 '꽃청춘' 같은 리얼리티는 어떤 장면이 방송으로 나올지 모르니까 방송 보면서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촬영 첫 날에는 카메라가 신경쓰였는데, 그 후론 '생존해야 한다', '즐겁게 여행하자'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나영석 PD님도 '편하게 하면 된다'고 강조하셨죠. 덕분에 제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첫 방송 후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종영한 아쉬움을 달랬다는 분들이 많았고, 개인적으로는 소중한 친구들과 여행하면서 '정환' 캐릭터를 떠나보낼 수 있었어요.
▶ 영어 실력이 좋더라. 사막에 혼자 던져놓아도 잘 살 것 같았다
부끄러워요. 영어는 따로 공부한 건 아니고, 여행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했어요. 잘하는 영어라기 보단 겁없는 영어죠. 시청자들이 제 용기에 박수를 보내주신 것 같아요. 제가 워낙 긍정적이고 낙천적이에요. 어떤 상황이 닥쳐도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죠. (사막에 혼자 떨어졌어도) 그 안에서 빨리 적응했을 것 같아요.
▶ 재수 시절, 입시를 한 달 앞두고 진로를 사범대에서 영화과로 변경했는데
원래 교사가 꿈이었어요. 그런데 재수 시절, 졸지 않으려고 서서 공부한 적이 있어요. 잠깐 눈을 감았는데 두 시간이 지났더라고요. 서서 잠든 거죠. 앉아서 하는 일보단 활동적인 일이 적성에 맞을 것 같았어요. 당시 영화 보는 걸 좋아해서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죠. 입시 실기 준비 기간이 한 달밖에 안됐지만 목표가 뚜렷하니까 더 집중하고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한 번 꽂히면 끝을 보는 성격이거든요.
▶ 상업영화는 작년 개봉한 '소셜포비아'가 첫 작품이다. 늦은 데뷔에 조바심은 없었나
조바심은 없었어요. '꾸준히 열심히 하다 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계속 했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없어요.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왔고요.
처음에는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이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배우라면 그런 걸 피할 수 없으니까 '빨리 적응하자' 싶었죠. 적응하는데 1주일도 안 걸린 것 같아요. 늘어난 팬을 보며 인기를 실감하지만 누리고 있진 못해요. 오히려 책임감이 강해지고 조심성이 많아진 것 같아요. 부모님 역시 노력에 대한 결실이라고 축하해 주지만 들떠 있진 않아요.
류준열은 이날 인터뷰 중 '조심'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응팔' 이후 "말 한 마디할 때도 조심하게 된다"고 했고, '제작진한테 찍혀서 남편이 박보검으로 바뀌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제가 조심하면 그런 소문이 자연스럽게 없어질 거라 생각했다. 앞으로 더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조심하겠다'는 말의 의미는 뭘까.
"단순히 행동거지를 조심하는 차원이 아니라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얼마 전 팬들이 저한테 선물을 주는 대신 어려운 이웃에게 쌀을 전달 적이 있어요. 저도 팬들도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꼈죠. 저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나눔의 기쁨을 알아간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 '응팔'의 정환과 류준열은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가
'츤데레' 같은 면이 있지만 정환이 만큼은 아니에요. 정환이 보다 덜 무뚝뚝하고 잘 웃어요. 연애 스타일은 정환이랑 선우를 반반씩 섞어놓은 것 같아요. '츤데레' 같을 때도 있고, 살가울 때도 있고.
▶ 정환이를 연기할 때 어디에 초점을 맞췄나
'어떻게 하면 진짜 고등학생처럼 보일까' 고민했어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단순하게 생각하자' 였어요. 겉으로 내색은 안 하지만 속정 깊은 성격이 시청자에게 전해지게끔 하는데 초점을 맞췄어요. 정환이가 무뚝뚝한 아이라 왜소하면 안 어울릴 것 같아서 살도 찌웠고요.
▶ 류준열 씨에게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라고 하는데
그런 말 들으면 너무 좋아요.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라는 말이) 정환이라는 캐릭터 때문에 생겼고, 그만큼 시청자들이 정환이를 사랑해주신 거니까 뿌듯하죠.
▶ '응팔'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아무래도 가족드라마이다 보니 아빠, 엄마, 형 등 가족과 함께 한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안재홍(정봉 역)과는 동갑이지만 배울 점이 많고 멋있는 친구라 촬영할 때는 진짜 형 같았어요.
▶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나
사람들한테 따뜻한 위안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특정 장르나 내용을 고집하기 보다는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고 싶고요. 재밌는 영화도 좋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도 좋아요. 올해 서른이 됐지만 결심이나 다짐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초심 잃지 않고 지금처럼 꾸준히 작품 활동하면서 팬들과 만나고 싶어요.
[ 단어 연상게임 ]
축구 : 하나가 되는 스포츠 ("동네 친구들이랑 축구하고, 축구 게임하는 걸 좋아해요. 박지성 씨, 월드컵 때부터 팬이었습니다. 꼭 한 번 뵙고 싶습니다.")
여행 :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순간("아버지와 함께 유럽 축구기행을 떠나고 싶어요.")
소셜포비아 : 시작
응팔 : 사랑("큰 사랑을 받게 해준 작품이니까 소중하죠.")
20대 : 열정("정말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 '너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인정해줄 때 기분 좋았어요.")
30대 : 또 다른 20대("20대 보다 뜨겁게 열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나이인 것 같아요.")
가족 : 소중하고 없어서는 안 될 버팀목 같은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