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케이블->중국행, PD들의 이유있는 이탈

국내 제작 시스템 한계, 거액 계약금도 한몫

(사진= MBC 제공)
최근 MBC 예능 PD들의 잇단 중국행을 두고 국내 방송 관계자들은 "지상파 방송사의 제작 구조의 한계"라며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22일 MBC 대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든 신정수·강궁·문경태 PD 3명이 MBC를 떠나 현재 중국에서 예능 프로그램 '폭풍효자'를 제작중인 김영희 전 PD와 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SBS 남규홍, SM C&C 임정규 PD도 의기투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지상파 PD들의 이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CJ E&M의 콘텐츠 강화와 종합편성채널 개국 당시 지상파 예능 PD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동했고, 중국행도 최근 몇 년전부터 꾸준하게 이어져 왔다. 그런데 이번 PD들의 중국행이 이슈가 된 건 지상파 방송사 중 '예능강국'이라 불리는 MBC에서 대거 이탈했다는 데 있다.

◇지상파->케이블-> 중국행, 예정된 수순

이번 PD들의 이탈을 두고 방송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지상파 제작 구조에 대해 지적했다.

실제 한 지상파 예능국 연출자는 "아무래도 지상파 예능 제작 분위기가 힘이 좀 빠지는 분위기다. 케이블에 비해 자유로운 분위기도 아니고, 전반적으로 고집하는 틀이 좀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예능 제작 환경이)특정 방송사는 아직도 보고체계나 제작 시스템이 오래된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과거 지상파만 있을 때는 잘 티가 안 났는데 최근 2년 사이 자유분방하고 트렌드 있는 예능이 많이 나오다 보니 아무래도 비교가 되는 게 현실"이라며 "현직 PD라면 지상파가 고집하는 제작 틀 안에서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면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나마 지상파 중에서도 MBC는 예능국이 좀 유일하게 히트 콘텐츠를 내고 예능쪽에서는 두드러졌는데, 이번에 이탈이 대거 있어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 중견급 PD의 치솟은 몸값, 중국 시장에서는 제값

국내 지상파 PD들의 잇단 중국행은 '차이나 머니'를 앞세운 거액의 계약금도 한몫 한다. 국내시장과 차원이 다른 몸값과 방송 제작 지원이 보장된 상황에서 이적 제안은 달콤한 유혹을 넘어, 매력적인 제안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지금 나가는 PD들이 모두 중견급들이다. 어디를 가더라도 프로그램 하나 맡아서 할 만한 CP(책임피디)급으로 이동하는 분들인데 방송사 이동패턴을 보면 CP급 이동하면서 몸값을 확 올려서 가는 추세"라며 "그 구조를 맞출 수 있는 곳이 비지상파인데 국내에서는 수용이 많지 않고 또 중국시장에서는 배 이상의 몸값을 준다고 하니 얼마나 매력적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시장은 연봉 자체도 차원이 다르지만 방송 제작 지원도 국내와는 비교도 안되게 지원해주고 있어 PD 입장에서는 제작 환경이 어디가 더 좋겠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인력 누수 현상이 중국 내 짝퉁 프로그램의 난립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요즘 쓸 만한 작가나 PD는 죄다 중국에 가거나 간다는 소리가 나오니 인력 누수현상에 대해 참 안타깝다"며 "더 큰 문제는 짝퉁 프로그램의 탄생이다. 안그래도 일부 방송인들이나 스태프들이 중국에서 한국 인기 프로그램의 짝퉁을 만드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데 이번 PD들의 이동이 어떤 역할을 할 지 두고 볼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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