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5년… 원전 옆에도 풀이 자랍니다"

-7천명 마을에 주민 300명만 남아
-먹이주러 왔더니 동물 몰려들어
-원전 폐쇄 총력, 3만명 인원투입
-후쿠시마산 농산물 기피 여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연옥 (재일교포)

뉴스쇼 화요일의 코너입니다. 뉴스 그 이후를 따라가보는 시간, AS 뉴스인데요. 다음 달이면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딱 5년이 됩니다. 아직도 제1원전 내부에서는 날마다 오염수가 약 300톤씩 발생하고 있는 실정인데요. 그렇지만 이 후쿠시마에는 지금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다 떠난 마을에 들어가서 주인 잃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이 계시는데 알고 보니까 우리 재일교포였습니다. 이분 연결해서 원전사고 5년이 지난 지금의 후쿠시마 모습을 들여다보죠. 재일교포 김연옥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김연옥 씨 나와 계세요?

◆ 김연옥>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안녕하세요.

◆ 김연옥> 저 눈물이 나올라 해요.

◇ 김현정> 왜요?

◆ 김연옥> 여러 가지 있겠죠. (눈물) 정말 반갑습니다. 그리고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 김현정> 제가 저도 같이 눈물 나오려고 하네요.

◆ 김연옥> 감사합니다. (눈물)

◇ 김현정> 그곳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신 모습 보니까. 후쿠시마 현이라고 하면 이게 우리나라 전라남도보다 조금 더 넓은 크기더라고요. 꽤 넓은 크기인데요.

◆ 김연옥> 네, 넓어요.

◇ 김현정> 사고가 난 그 원전에서 얼마나 떨어져 계시는 거예요?

◆ 김연옥> 우리가 지금 17km 거리인데요.

◇ 김현정> 불과 17km?

◆ 김연옥> 17km예요. 차로 15분~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네요.

◇ 김현정> 그러면 사고가 난 뒤에 저는 일반 주민들 다 피난 가고 못 들어가도록 막아놓은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까?

◆ 김연옥> 그게 작년 2월부터 해제가 됐는데요. 제가 살고 있는 나라하마치가 17km잖아요. 그런데 그 다음 동네, 원전에서 14km~15km 되는 마을은 아직 해제가 안 됐어요. 그러니까 주민들이 들어가서 살아도 된다라고 선언한 곳은 나라하마치뿐이에요.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럼 후쿠시마 원전에서 15km 반경까지는 여전히 들어가서 살지는 못하고, 지금 김연옥 씨가 사시는 17km 지점은 들어가서 살아도 된다는 거군요?

◆ 김연옥>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정말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까?

◆ 김연옥> 그게 참 힘들어요. 사람들이 안 와요. 지금 밤 되면 우리 집 주변이 정적이에요. 뭐 없어요. 사람이 없고. 우리 마을이 지금 7700명 정도의 인구인데 지금 들어온 사람이 300명 정도 되나? 애들은 들어올 엄두를 못 내고 있고요. 우리 집 주변에 지금 부부들이 들어와 있는데 70대, 90대예요.

◇ 김현정> 그래서 아예 자리잡고 들어오신 건 언제입니까?

◆ 김연옥> 1년 전이네요.

◇ 김현정> 1년 전이요?

◆ 김연옥> 아무것도 모르고 피난을 가야 된다 해서 그냥 정처 없이 피난길에 나갔는데 제가 그때는 고양이 8마리를 기르고 있었어요. 얘네들을 집에다 놔둔 채로 강아지만 끌고 갔는데요. 제가 우선 3일 만에 들어왔어요. 우리 애들 밥을 주러 우리 집에 들어갔는데 여기저기서 사람을 보러 왔는지 다 모여드는 거예요. 먹을 게 없으니까요. 강아지부터 큰 개도요. 그래서 이걸 보고 제가 ‘얘네들을 어떻게 해야 되나.’ 싶더라고요. 그 뒤부터 매일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애들 사료랑 먹다 남은 거, 안 먹는 거 수집해서 모아서 그거 끌고 그러고 매일 들어오다시피 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정리를 해 보자면 원래 김연옥 씨가 동물을 아주 사랑하는 동물 애호가세요. 그래서 동물을 많이 키우고 계셨는데 사고가 터지자마자 그때는 뒤도 못 돌아보고 다 피난을 가야 했으니까 피신을 했다가 3일 만에 하도 걱정이 돼서 돌아와 보니 여기저기에서 울부짖는 동물들을 수두룩하게 보신 거예요. 그래서 그 동물들이 아른아른 거려서 정부에서 막는데도 그냥 뚫고 들어가신 거예요?

◆ 김연옥> 그럼요. 어떻게 해서든 들어왔어요. 바리케이드를 뚫고도 들어오고요. 그래서 밥을 주고 출발하려고 차의 엔진을 걸고 출발하려니까 동물들이 차 뒤를 쫓아오더라고요. 그러니까 너무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래서 그때 생각하면 진짜 눈물이 나와요.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제일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5년이 지난 지금 후쿠시마원전 주변 모습은 어떤가. 물론 17km도 주변입니다마는 그보다 더 가까운 주변. 그냥 막연히 생각하기로는 사고 원전 주변에는 지금 풀 한 포기도 못 자라고, 오염수가 계속 흐르고 있고 완전히 폐허가 돼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 김연옥> 그런데 있죠. 자연은 방사능을 굉장히 무시하는 것 같아요. 자연은 나무도 그대로고요, 여름이 되면 풀이 우거지고 똑같아요. 저는 그게 더 슬픈데요. 이렇게 무서운 걸 (원전을) 왜 만들어냈나. 자연이 이렇게 도도해요. 제가 그게 너무너무 슬프더라고요. 그리고 제일 피해자는 동물인 것 같아요. 몸집이 작은 동물들인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러면 지금 원전 주변, 가까운 주변의 방사능 수치는 어떻습니까?

◆ 김연옥> 높죠. 아직 높죠.

◇ 김현정> 원자로 폐쇄작업, 일단은 폐로까지는 아니어도 폐쇄. 더 이상 오염수 못 흐르게 폐쇄하는 작업은 얼마나 진행이 됐어요?

◆ 김연옥> 제가 편의점을 개업했는데요. 우리 집에 작업인들이 많이 손님으로 오시는데 말을 안 해요. ‘10년은 걸릴까?’ 이러면서 ‘10년? 10년은 가겠지?’ 이래요.

◇ 김현정> 그러면 여전히 오염수가 흐르고 있다는 얘기네요?

◆ 김연옥> 그렇겠죠.


◇ 김현정> 그렇군요. 폐쇄작업도 한 10년. 그러면 핵심은 사고 원자로를 완전히 폐로시키는 건데요. 그건 한 30~40년 걸리는 작업이라면서요?

◆ 김연옥> 그렇게들 말씀하는데 지금 굉장히 사람을 많이 집어넣더라고요. 빨리 진행시키기 위해서요.

◇ 김현정> 얼마나 들어가고 있습니까, 작업 인력이?

◆ 김연옥> 작업 인력이 3만 명이라고 들었어요. 3만 명 중에 우리 집에 매일 오는 손님이 2000명 조금 넘으니까요.

◇ 김현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30~40년을 예상하고 지금 10% 정도가 완성된 상태다, 이렇게 제가 봤는데.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지금 일본은 그날의 충격이 이제는 좀 사라진 건가요? 어떤가요?

◆ 김연옥> 제가 생각할 때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어느 나라든 인간이기 때문에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지금도 염려하는 사람은 일체 후쿠시마 거 안 먹어요. 제가 사는 데에서 좀 떨어진 이와키시라는 데가 있는데요. 거기서도 슈퍼마켓 들어가서 채소 팔리는 걸 보면 역시 다른 현에서 오는 채소가 많이 팔려요. 아무래도 그런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아직 충격이 완전히 가셨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고. 그래도 그냥 안 먹고 안 쓰고 살 수는 없으니까 잊으려고 노력하는 것,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단계군요?

◆ 김연옥> 네. 그건 보여요, 많이.

◇ 김현정> 알겠습니다. 시민들이 이렇게 불안을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점 그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김연옥> 감사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또 한편으로 보면 특별한 안전대책 없이 다시 원전 재가동 시킨 건 주변국으로서는 상당히 불안한 점도 있기는 있네요.

◆ 김연옥> 그런데 어쩔 수 없는 여러 가지 공장 가동이며 여러 가지 전력 면에서 일본에서는 가동을 안 할 수가 없대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아마 내부에서도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특단의 안전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계속 주문이 돼야 될 것 같고요. 그렇죠?

◆ 김연옥> 그럼요. 원전 안에서 작업하는 사람들한테는 오랫동안 일을 못 하게 해요. 3개월이 딱 되면 교대를 시키더라고요.

◇ 김현정> 그래요? 여하튼 김연옥 선생님, 후쿠시마에 버려진 동물들을 위해서 이렇게 발벗고 나서는 분 계시다는 건 참 다행이고요. 아무쪼록 건강 조심하시고요.

◆ 김연옥>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연옥> 감사합니다.

◇ 김현정> 후쿠시마 사고 원전으로부터 17km 떨어진 정말 가까운 곳에 거주하고 있는 재일교포입니다. 김연옥 씨 통해서 현장의 상황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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