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33, 한화)의 스프링캠프 화두는 변화구다. KBO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강속구 투수지만, 빠른 공과 슬라이더만으로는 한계를 느꼈다. 후반기 타자와 수싸움에서 지면서 무너진 이유였다. 김성근 감독도 변화구 추가를 요구했고, 권혁도 체인지업을 비롯한 변화구를 연마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도약을 꿈꾸는 권혁을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만났다.
2002년 삼성에 입단한 권혁은 빠른 공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KBO 리그 최고 불펜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비중이 줄었다. 결국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한화로 이적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변화구 추가를 결정한 이유다.
권혁은 "구종 추가는 진작 했어야 했다. 불펜이라 긴 이닝을 소화한 적이 없어 그랬던 것 같다. 스스로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다. 안일하게 생각했다"면서 "지난해부터 체인지업을 연습했다. 완성도를 높여가는 단계다. 포심도 그립을 조금 다르게 잡고 던져보고, 투심도 연습 중이다. 변화구 연습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화구 투수로 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슬라이더 외 변화구를 안정적으로 던진다면 타자와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권혁은 "변화구를 던진다고 해서 순간적으로 변화구 구사율이 높은 투수가 될 수는 없다"면서 "하지만 타자의 인식을 바꿀 수는 있다. 그게 중요하다. 상대와 싸움에서 나에게 이런 무기도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나에게는 분명 유리한 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실패'를 언급했다. 연습경기, 시범경기를 통해 실패를 거듭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칫 변화구를 살리려 빠른 공의 위력이 줄 수도 있기 때문.
권혁은 "일단 많이 던져보고, 연습경기부터 많이 실패해봐야 한다. 테스트할 기회다. 연습경기, 시범경기가 많이 남아있다. 직접 느껴봐야 한다"면서 "기본적으로 빠른 공이 살아야 변화구도 산다. 직구 구위를 안 떨어뜨리는 것이 우선이다. 변화구가 메인이 아니다. 빠른 공을 더 살리기 위해 뒷받침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12이닝 투구 "부상 관리 철저히 해 괜찮아요"
권혁은 지난해 112이닝을 던졌다. 2002년 데뷔 후 가장 많은 이닝이다. 덕분에 혹사 논란에 휩싸였지만, 권혁은 덤덤했다. 그만큼 부상 관리를 철저히 했다.
권혁은 "현재 크게 걱정될 부상은 없다. 나름대로 맞춰서 하고 있다"면서 "부상은 잘 관리해서 괜찮다. 관리가 중요하고, 얼마나 체력이 뒷받침되느냐도 중요하다. 장기레이스다. 부상은 100경기째 당할 수도, 1경기 만에 당할 수도 있다. 꼭 많이 던진다고 다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후반기에 힘이 떨어진 것은 아쉬움이다. 덕분에 평균자책점이 4.98로 오른 채 시즌을 마쳤다. 본격적인 활약을 펼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평균자책점이 4점대까지 올랐다. 게다가 시즌 막판 5위 싸움을 펼칠 때 부진했기에 더 속상했다.
권혁은 "나 때문에 망친 경기가 꽤 된다. 후반기 부진을 되풀이 안 하려 한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일찍 끝나 시즌이 일찍 끝난 것 같았다"면서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평균자책점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말하기보다 최대한 낮추고 싶다"고 말했다.
▲FA 정우람 가세 "마무리 욕심 없어요"
한화는 오프시즌 FA 정우람(31)을 4년 84억원에 붙잡았다. 역대 불펜 FA 최고액이었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지난해 불펜과 마무리를 오간 권혁과 함께 가장 강력한 마무리 후보다.
권혁은 "마무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어딜 가는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면 된다"면서 "중간과 마무리는 순서만 다르지 역할은 똑같다. 중간에서 마무리에게 잘 넘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권혁은 "정우람에게 좋은 점을 많이 배우고, 또 경쟁의식도 가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둘 다 왼손 투수인데 스타일이 다르다. 서로 좋은 부분이 있으면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한화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단기전에서는 큰 경기 경험이 많은 권혁의 힘이 필요하다.
권혁도 "우승 후보라는 것은 알고 있다. 분명 욕심을 낼 수 있는 해다. 부상 없이 잘 치르면 가을에 좋은 겨로가가 있을 것"이라면서 "큰 경기를 많이 해본 경험이 분명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