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기의 바둑 대국을 앞둔 프로기사 이세돌은 여유로웠고, 자신감이 가득했다.
22일 오후 서울 마장로 한국기원 대국장에서 진행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프레스 브리핑에 이세돌은 긴장된 모습으로 취재진 앞에 등장했다.
하지만 그가 긴장한 이유는 알파고가 강적이라 두려워서가 아니라, 수많은 취재진과 카메라 앞에 자신이 서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쑥스럽다. 승패를 떠나 인공지능의 출발점인 이 역사적 순간에 제가 선택받았다는 게 굉장히 기쁘고 영광이다"면서 "알파고와 3대 2로라도 (결국) 이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 아니라, 한 판을 지느냐 마느냐 싸움이 될 것"이라고 대국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구글 딥마인드 측에서 알파고와의 대국을 제안했을 때, 만약 지게 되면 경력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될 텐데 고민 되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5분 정도 고민했다"고 답했다.
"구글 측이 나를 설득하는 과정은 없었다. 솔직히 알파고 자체가 궁금했고, 그렇게 대국을 결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5분정도 생각했나. 구글 측이 나를 설득할 기회조차 못 줬다."
이에 대해 이세돌은 "판후이는 나하고 승부를 논할 정도의 기량은 아니다. 알파고 역시 마찬가지이다. 알파고가 그때보다 실력적으로 더 나아졌겠지만,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을 거라 아직은 제가 더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세돌이 '아직'이라는 단서 조항을 건 것은 향후 1~2년 뒤에는 자신이 질 수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10월 대국을 봤을 때는 알파고가 나와 승부를 논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5개월 안에 실력이 나와 승부할 정도로 나아졌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앞으로는 계속 발전한다 치면 1~2년 후에는 (승패를) 알 수 없는 승부가 되리라 본다."
이세돌은 인간과의 대결이 아니라는 점이 어려워 연습에 제한이 있다고 했다. 때문에 평상시와는 달리 잠들기 한두 시간 정도 컴퓨터와 가상 대국을 하고 있으며, 알파고가 컴퓨터보다 낫기 때문에 알파고의 대국 기록도 함께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세돌과 알파고 간의 세기의 대국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는 다음달 9일부터 15일까지 총 5회 대국으로, 접바둑이 아닌 호선으로 진행된다.
챌린지 우승자에게는 미화 100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지며, 알파고가 승리하는 경우, 상금은 유니세프(UNICEF)와 STEM(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이번 대국은 백을 잡은 기사에게 덤 7.5집을 주는 중국 바둑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덤은 선착 효과로 두는 흑이 유리해 백에게 보상해주는 규칙이다.
시간 규정은 두 기사가 제한 시간 2시간을 각각 갖게 되며, 2시간을 모두 사용한 이후에는 1분 초읽기 3회씩이 주어져 각 대국 시간은 4~5시간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경기는 구글 딥마인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또한 국내에서는 바둑TV를 통해,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TV를 통해 생중계 될 예정이다.
대국은 영어와 한국어로 공식 해설이 이루어진다. 유일한 서양 프로 바둑기사 마이클 레드먼드가 영어 해설을 맡고, 한국어 해설은 유창혁 9단, 심성룡 9단, 이현욱 8단이 순차적으로 담당한다.
대국 일정
1국 : 3월 9일, 오후 1시
2국 : 3월 10일 오후 1시
3국 : 3월 12일 오후 1시
4국 : 3월 13일 오후 1시
5국 : 3월 15일 오후 1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