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페친 모집' 경찰과 미팅하며 데이트 폭력 예방?

커플 탄생 미팅 이벤트…경찰, 데이트 폭력 캠페인 구설수

지난 16일 대구경찰 페이스북에 게시된 데이트 폭력 예방 캠페인 홍보글. (사진=페이스북 캡처화면)
대구 경찰이 데이트 폭력 예방을 구실로 경찰과 일반 여성과의 미팅 이벤트를 진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지난 16일 대구경찰 페이스북을 통해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경찰관들과의 '치맥파티' 만남을 준비했다"며 "여자 페친님 선착순 20명까지만 모십니다"라는 내용의 모집글을 올렸다.


행사 취지에 대해서는 "행복한 만남을 다짐하고 데이트 폭력 신고를 약속하는 데이트 폭력 근절 이벤트"라고 소개했다.

글과 함께 덧붙인 홍보용 이미지에는 '20명의 멋진 젊은 경찰관이 기다리고 있다', '경찰과의 소개팅을 원하는 여성', '경찰관과 데이트 하자' 등 데이트 폭력 예방보다는 경찰과의 데이트를 앞세운 문구를 삽입했다.

해당 SNS 홍보물에는 '신선하다' '재미있다' 등의 댓글이 올라왔지만 일부 네티즌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데이트 폭력 근절과 젊은 경찰과의 치맥파티가 어떤 논리적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언뜻 보면 경찰과 미팅을 주선하는 자리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경찰의 의욕적인 모습은 좋지만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치킨집에서의 만남 자체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며 행사 취지에 의문을 던졌다.

논란 속에 실제로 이 행사는 지난 20일 오후 3시쯤 대구 모 치킨집에서 열렸다.

2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이 행사에는 20대~30대 남성 경찰 20명과 일반인 여성 20명이 참석했다.

데이트 폭력 관련 내용도 게임 퀴즈 형식으로 다뤄졌을 뿐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은 따로 없었다.

한 경찰은 "이 이벤트로 남녀 4쌍이 커플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처럼 데이트 폭력 예방과는 거리가 먼 이벤트를 진행해 논란이 일자 경찰은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경찰 관계자는 "사소하게 생각할 수 있는 '연인 간 폭력'이 범죄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폭력 없는 만남을 약속하는 청춘 남녀 축제의 장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트 폭력 문제에 관한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젊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대안적 성격의 캠페인을 기획한 것"이라며 "일반 대중에 다가가 경찰에 대한 친숙한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목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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