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살을 빼고, 또 살을 찌우려고 애쓸까.
이유는 간단하다. "야구를 더 잘 하고 싶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이유다. 그들에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중요치 않다. 오로지 야구를 위해 힘겹게 살을 빼고, 살을 찌우는 프로야구 선수들이다.
조상우(넥센)와 봉중근(LG), 나지완(KIA) 등이 대표적인 다이어트파다.
올해 프로 4년 차인 조상우는 셋업맨에서 선발로 전환한다. 조상우의 공식 프로필 체중은 97kg. 하지만 실제 몸무게는 100kg 이상이었다. 짧은 순간 묵직한 공을 던져야 하는 불펜과 달리 많은 이닝을 던져야 하는 선발은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구속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상우가 다이어트를 결심한 이유다.
조상우는 "몸이 무거우면 힘이 빨리 떨어진다. 살을 빼도 구속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봉중근(공식 프로필 98kg)도 같은 이유다. 어느덧 서른 후반에 들어선 봉중근은 지난해 막판부터 선발로 보직을 바꿨다. 벌써 5kg 이상을 뺐다. 봉중근은 "최근 10년간 가장 적은 체중"이라고 웃었다. 선발로 10승 이상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던 2008~2010년보다 날씬해졌다.
나지완은 수비를 위해 다이어트를 선택했다. 공식 프로필 체중은 97kg. 하지만 실제 몸무게는 112kg이었다. '수비 못하는 돼지'라는 비난을 이겨내기 위해 벌써 15kg 가까운 몸무게를 태워버렸다.
단순히 체중만 빠진 것이 아니다. 근육량도 증가했다. 무엇보다 몸이 가벼워지면서 무릎 통증도 사라졌다. 지난해 타율 2할5푼3리, 7홈런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각오가 몸무게에서 드러난다.
이밖에 정의윤(SK), 유희관(두산) 등도 5kg 정도 체중을 줄이면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다이어트파와 달리 살을 찌우려고 열심히 먹는 선수들도 있다. 구자욱(삼성)을 비롯해 오승택(롯데) 등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다.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다.
구자욱은 지난해 프로야구의 히트 상품이다. 혜성처럼 등장해 타율 3할4푼9리, 11홈런을 치며 신인왕에 올랐다. 하지만 189cm 신장에 비해 빈약해 보이는 75kg 체중은 늘 지적사항이었다.
구자욱 스스로도 '살(?)'의 필요성을 느꼈다. 풀타임을 치르면서 체력이 달렸다. 또 장타력도 키운다는 복안이다. 덕분에 햄버거 등 고칼로리 위주의 식단으로 5kg 정도 찌운 상태다. 살만 찌우는 것이 아니라 웨이트 트레이닝에도 매진하고 있다.
오승택은 186cm, 85kg의 좋은 체격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벌써 9kg 가까이 체중을 불렸다. 남들 잘 시간에 야식과 시간을 보냈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장타가 확연히 줄어든 탓에 살 찌우기를 결심했다. 흔히 말하는 '벌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유망주 투수들의 가장 큰 고민 역시 몸무게다. 성공을 위해서는 공에 힘이 있어야 하는데 체중이 너무 적게 나가는 탓에 공이 가볍다는 느낌을 준다. 72kg 엄상백과 75kg 박세웅(롯데), 68kg 하영민(넥센)이다.
엄상백은 8kg 이상 몸집을 불렸다. "공이 가볍다"는 평가를 뒤집기 위해서다. 목표는 90kg이다. 박세웅 역시 같은 이유로 5kg 이상 몸무게를 늘렸다. 반면 하영민은 5kg을 어렵게 늘리고도 몸살로 인해 다시 제 몸무게로 돌아왔다. 이들에게는 살 빼기보다 어려운 살 찌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