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아이돌은 가수 아닌가? 비뚤어진 '본분금메달' 아웃"

여성민우회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 확대 재생산…정규편성 반대"

(사진=KBS 2TV '본분 금메달' 캡처 화면)
설 연휴기간인 지난 10일 방송돼, 상식 이하의 여성관으로 논란을 부른 KBS 2TV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본분 금메달'. 이 프로그램에 대해 한국여성민우회가 명확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여성민우회는 지난 16일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 "본분 금메달은 '대한민국 아이돌의 본분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되는 방송"이라며 "이 프로그램은 체력테스트, 상식테스트, 섹시 댄스 테스트, 개인기 테스트, 집중력 테스트 등의 허가 테스트가 있는데, 이보다는 무허가 반전 테스트를 통해 여성 아이돌의 본분을 확인한다는 내용"이라고 운을 뗐다.

여성민우회가 분석한 이 프로그램 속 테스트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처음으로 체력 테스트를 한다며 철봉에 오래 매달리기를 했지만, 이는 체력 테스트가 아닌 비주얼 유지 테스트였습니다. 철봉에 오래 매달리려면 필연적으로 표정이 일그러지게 되는데 '여자 아이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예쁜 표정으로 일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도 상식테스트를 한다며 바퀴벌레 다리가 몇 개인지 물어보지만, 이는 이미지 관리 테스트를 위한 것으로 출연자가 대답을 하는 순간 바퀴벌레 모형을 던져 누구의 놀라는 표정이 가장 예쁜지 확인을 합니다. 이 테스트를 통해 제작진이 말하는 여성 아이돌의 본분은 예쁜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테스트는 섹시 댄스 테스트로 단상에 올라가 춤을 추게 합니다. 하지만 이 테스트 또한 섹시 댄스 테스트가 아니었고, 단상에 설치된 체중계를 통해 여자 아이돌의 몸무게를 확인하고, 측정된 몸무게와 프로필 상의 몸무게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비교하는 정직도 테스트였습니다."


"그리고 개인기 테스트는 1대 1 개인기 대결에서 상대의 개인기를 보고 얼마나 리액션을 잘하는지 확인하는 테스트였고, 캔으로 탑 쌓기를 하는 집중력 테스트는 탑 쌓기를 방해한 후 이들이 분노조절을 잘하는지 알아보는 테스트였습니다."

◇ "여자 아이돌, 가수 아닌 '보기 좋은 꽃' 같은 존재로 전락시켜"

결국 "본분 금메달은 위의 테스트를 통해 여자 아이돌의 본분은 예쁘고, 날씬해야 하며, 늘 리액션을 잘 해줘야 하고, 화를 내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 여성민우회의 결론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내용은 출연자들이 '여성' 아이돌이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고, 여성은 예쁘고 날씬하고 친절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여성민우회는 "여자 아이돌을 가수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는 존재가 아닌, '보기 좋은 꽃' 같은 존재로 전락시키고, 이는 여자 아이돌 나아가서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대 재생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이와 같은 방송의 내용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0조를 위반한 것이기에 방송민원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본분 금메달은 방송 직후 시청자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았고, 언론에서도 이를 비판하는 기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며 "이는 본분 금메달이 재미를 위해 출연자를 괴롭힌 프로그램이라는 점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여론을 반영해 이러한 프로그램이 계속되지 않을 수 있도록 엄중한 심의를 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더불어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본분을 지켜 본분 금메달을 정규편성하지 않길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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