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16시즌 V-리그도 어느덧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6라운드 팀당 4~5경기만 남긴 상황에서 현대캐피탈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요. 물론 삼성화재와 V-리그를 양분해온 전통의 강호지만,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것을 감안하면 돌풍이라는 표현을 써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시계를 되돌려보면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V-리그가 아닌 대통령배 배구대회는 고려증권, 그리고 현대자동차써비스가 양분해왔습니다. 실제로 1990년 7회 대회까지 고려증권이 4회, 현대자동차써비스가 3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런 대통령배 배구대회에 대학 돌풍이 불어닥쳤습니다.
25년 전 오늘. 그러니까 1991년 2월17일에는 고려증권, 현대자동차써비스가 아닌 대학팀 한양대가 형님들을 차례로 격파하고 대통령배 배구 2차 대회 정상에 오른 날입니다. 1차 대회는 실업, 대학이 따로 경기를 펼쳐 2차 대회 진출팀(실업 4개, 대학 3개)을 가렸으니 형님과 아우의 진짜 맞대결은 2차 대회였던 셈이겠죠.
특히나 1991년 대통령배 배구대회는 대학팀들이 상승세가 거셌습니다. 한양대 뿐 아니라 성균관대, 경희대도 실업 형님들의 눈물을 쏙 빼놨습니다.
당시 한양대는 호화멤버였습니다. 일찌감치 국가대표 주포로 자리잡은 레프트 하종화가 버티고 있었고, 국내 최고 센터로 발돋움한 윤종일이 중앙을 지켰죠. 또 강성형 현 KB손해보험 감독, 문양훈이라는 좌우 공격수도 있었습니다. 세터 장재원까지 1987년 세계청소년대회 우승 멤버들이 한양대 소속이었습니다.
성균관대에는 임도헌 현 삼성화재 감독과 193cm 장신 세터 진창욱 콤비가 있었고, 경기대에는 207cm 최장신 센터 제희경이 뛰고 있었습니다.
한양대는 16일 고려증권과 맞붙었는데요. 당시 최강팀이었던 고려증권을 3-2로 격파하면서 2차 대회를 5승1패로 마치게 됩니다. 유일한 패배는 바로 현대자동차써비스에게 당했습니다.
3승1패를 기록 중이던 현대자동차써비스가 남은 경기대, 금성전에서 모두 3-0으로 이기지 않는 한 한양대의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는데요. 17일 현대자동차써비스가 경기대와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면서 한양대의 2차 대회 우승이 확정됐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성균관대와 경기대의 돌풍은 2차 대회에서 멈췄습니다. 경기대와 성균관대 모두 2승4패를 기록, 3승3패를 기록한 고려증권, 금성에게 3차 대회 진출 티켓을 양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