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근혜 대통령 연설에 '있는 것, 없는 것'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북 핵ㆍ미사일 위협 및 쟁점법안 등과 관련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마치고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북한의 핵·미사일(로켓) 실험과 개성공단 폐쇄, 사드배치 검토 등을 둘러싸고 한반도 주변정세가 심하게 요동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국회를 찾아 연설했다. 박 대통령이 연설 첫머리에 밝혔듯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정치권에 협력과 동참을 당부하는 자리였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을 일일이 나열하면서 대북정책의 급선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의 방식과 선의로는 북한 정권의 핵개발 의지를 결코 꺾을 수 없고 오히려 북한의 핵능력만 고도화시킬 뿐이라는 진단을 내놓는가 하면 북한체제 붕괴론까지 언급했다.

개성공단 폐쇄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자청한 대통령의 국회연설이었고, 예산안 시정연설이 아닌 이례적인 긴급연설이었던 만큼 연설에 포함된 것과 빠진 것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핵개발 전용주장은 있으나 근거 제시는 없었다. 그동안 논란이 된 개성공단 자금의 북한 핵,미사일 개발 전용의혹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우리가 지급한 달러 대부분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홍용표 통일부장관이나 정부의 메시지를 반복했다.

그러나 ‘파악되고 있다’고 언급했을 뿐 뚜렷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아 국민은 혼란스럽다. 또 전날 "발언이 와전됐다"며 국회 상임위에서 사과했던 홍용표 장관을 민망하게 하는 대목이다. 개성공단은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12만 근로자의 생존이 달린 문제인데,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배경에 대한 솔직한 설명도 없었다.


둘째, 대북정책의 급선회는 있으나 ‘통일대박론’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박 대통령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핵개발 의지를 꺾을 수 없고, 북한이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을 취하겠다고 언급했다. 김정은 정권의 기만에 놀아나지않기 위해 대화에 의지하기 보다는 제재와 압박에 대북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드레스덴 선언 등으로 한껏 고조시킨 통일대박론에 대한 해명이나 대북정책 실패에 대한 언급은 보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북 핵ㆍ미사일 위협 및 쟁점법안 등과 관련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셋째, 입법을 촉구하는 이른바 ‘깔대기 화법’은 있으나 국민들 불안은 덜어주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 후반부에 상당시간을 할애해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 외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4법의 처리도 촉구했다. 최근 공개된 대통령 발언은 늘 정치권을 향한 민생입법 촉구로 귀결됐고 그래서 깔대기 화법이란 말이 나온다. 특히 대북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던 이날 연설에서 노동4법 등 일부 민생입법 촉구는 생뚱맞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핵·미사일 실험과 개성공단 폐쇄 등 숨가쁘게 전개되는 일련의 과정에 국민적 우려가 고조되고 있지만 불안감을 덜어주는 합리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동북아 정세를 감안할 때 대통령 연설의 청중은 국민 뿐 아니라 야당과 북한, 국제사회도 포함돼 있다. 듣는 층이 다양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북한의 핵개발 시도에 대해서는 엄중 경고하되 한미일 vs 북중러 신냉전의 도래나 군사적 긴장을 불식시키는 메시지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넷째, 내부 단합을 촉구했으나 이를 가능케 할 민주적 절차는 없었다. 박 대통령은 “북풍의혹 같은 각종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내부를 분열시키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국론통일과 단합을 촉구했다. 단합은 협의과정이나 절차적 정당성이 갖춰질 때 형성되는 성질이 있다. 개성공단 폐쇄를 앞두고 관련 업체나 국민에게 어떠한 의견도 묻지 않은 채 ‘나를 따르라. 단합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지 장담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체제 붕괴론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핵개발은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체제붕괴론을 공개석상에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이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자칫 대화로 복귀하는 길을 막고 신냉전의 기류를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준비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북한 정권의 갑작스런 붕괴도 재앙이다. 냉정을 유지하며 대화의 여지를 포기하지 않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