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베이징(北京)의 외교관측통 등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논의에 공식 착수한다고 발표한 직후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뿐 아니라 미국의 대리 대사까지 불러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스 보커스 주중 미국대사는 당시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김 대사를 통해 한국 정부에 전달한 우려 내용도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다소 톤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사드의 강력한 레이더 문제 등을 거론하며 중국의 안보이익이 침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고, 김 대사는 이에 대해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는 취지로 조목조목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접촉은 50분 가량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중 양국은 그러나 당시의 접촉 내용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함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사드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 분석이나 평가없이 '막연한 우려'를 기초로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사드에 대해 잘 모르는 중국이 "추측을 기반으로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기술적 설명을 해주겠다고 하는데 중국이 그다지 적극적으로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우리는 칼춤을 춘 적도 없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비유가 과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왕 부장은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劍 意在沛公·항장(항우의 부하)이 칼춤을 춘 뜻은 패공(유방)에게 있다는 뜻으로 '흑심'을 뜻함)라는 고사성어를 동원해 미국과 한국의 사드 배치 행보를 비난했다.
그럼에도 중국이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강력한 대북 제재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최근 유엔 안보리에서는) 조금 더 강한 (태도를) 표시하는 것 같다.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이 나올 것은) 확실하다. 3차 핵실험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것이 나올 것"이라며 "중국도 (개성공단 중단카드까지 꺼낸) 한국의 단호한 의지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동의하는 대북제재 수준은) 한국의 일반 국민들이 기대하는 수준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정부는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와 관련, "결연한 반대"란 표현을 동원하며 반발 수위를 한층 높였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사드 배치 가능성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훙 대변인은 "모두가 알다시피 사드의 적용범위, 특히 X-밴드 레이더는 한반도의 방어수요를 훨씬 넘어서 아시아 대륙의 한복판으로 깊이 들어온다"면서 "이는 중국의 전략적 안전(안보)이익을 직접 훼손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다른 국가의 전략적 안전이익도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훙 대변인은 "우리는 우리의 정당한 국가안전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면서 "중국의 정당한 국가안전 이익은 반드시 효과적으로 수호되고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