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대출심사 강화 악재에 얼어붙은 부동산시장

주택 매매·전세가격 상승세 둔화…전문가 "상반기 내 회복 어려울 듯"

글로벌 성장세가 동반 하락하고 세계 증시가 곤두박질 치는 등 글로벌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부동산 시장도 덩달아 얼어붙는 분위기다.

지난 연말부터 꺾이기 시작한 부동산 경기는 이달부터 시행된 가계부채 관리방안과 공급과잉 등 악재가 겹치면서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봄 이사철을 기점으로 부동산 시장이 잠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면서도 상반기 내에 이전 수준의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대내외 악재로 매매·전세가격 상승세 둔화

유가 하락 등으로 인한 수출 부진 등 국내외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잇단 악재에 실수요자들의 관망세가 계속되면서 올 들어 전국 아파트 매매·전세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1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1일을 기준으로 지난 연말부터 6주 연속 제자리 걸음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12월에 전월보다 0.06% 오른 이후 1월에는 가격 변동이 없었다.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은 12월 0.23%의 상승률을 보였고 1월에는 0.18%로 전월보다 상승폭이 0.05%포인트 줄었다.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도 12월 0.52%의 상승률을 보였으나 1월에는 0.44%로 상승폭이 줄었다.

KB국민은행이 조사한 1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에서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 둔화가 두드러진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월보다 0.11% 올랐지만 지난해 12월 상승률(0.32%)보다는 0.21%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2월(0.19%)에 이어 11개월 만에 최저 상승률이다.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8%였고 수도권(0.11%), 5개 광역시(0.09%), 기타 지방(0.02%)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이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특히 대구 지역은 지난 2010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아파트 매매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아파트, 연립주택 등 전반적인 주택 매매·전세 가격 상승폭도 축소되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1월 전국의 통합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해 말 대비 0.04% 상승했다. 작년 12월 상승률(0.15%)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도권이 0.04%, 서울이 0.05%, 경기가 0.04% 상승했고 인천은 0.01% 오르는데 그쳤다.

지방(0.05%)에서는 대구가 -0.14%로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이 하락했고 충남 -0.11%, 경북 -0.07%, 대전 -0.06% 등의 순이었다.

전국 주택 전세가격은 1월에 0.14% 상승하며 전월(0.26%)에 비해 오름폭이 축소됐고 월세는 전달보다 0.01% 상승했다.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늘어난 미분양 물량이 부동산 시장에 불안 요소로 작용하면서 분양시장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6만1천512가구로, 불과 2개월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나 공급과잉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분양 물량은 2012년 12월의 7만4천835가구 이후 대체로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 11월 4만9천724가구를 기록하며 기록적인 증가율을 보인 이후 12월까지 증가세가 이어졌다.

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2천396가구로 전월(114가구)보다 무려 2001.8%(2천282가구) 급증했다.

◇ "부동산 경기 이사철에 '반짝'…상반기까지 완전한 회복 어려워"

전문가들은 침체기에 접어든 부동산 경기가 3·4월 이사철을 기점으로 다소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상반기 내 본격적인 회복세로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국민은행 박합수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 전문위원은 "이달부터 시행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른 매매심리 위축으로 당분간 부동산 시장 전반의 관망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문위원은 "대출금 상환능력이 있는 실수요자 위주로 일정 부분 매수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전처럼 거래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부동산 경기가 이사철에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본격적인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봄 이사철 신혼부부 등 전세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수요와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가 가세하면서 상반기에도 전세난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분양시장은 고분양가와 공급과잉 논란 등이 맞물려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 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 센터장은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연달아 발동될 만큼 전반적인 경기가 녹록지 않고 구매력을 견인할 만한 긍정적인 지표도 보이지 않는다"며 당분간 주택시장 전반의 보합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함 센터장은 "매매시장은 지금껏 주춤했던 거래가 봄 이사철에 어느 정도 매수세로 전환되겠지만 거래량이나 가격 상승은 지난해보다는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시장에 대해서는 "전세 물량이 많이 나오지 않으면 전세가는 오를 수밖에 없어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가 나오는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가격 불안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가격 상승폭은 지난해보다는 축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사철에 물량이 쏟아지는 신규 분양시장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공급량이 좀 늘겠지만 수요 기반이 탄탄한 지역, 대기 수요가 풍부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 격차가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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