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줘'의 주인공은 각기 다른 색을 지닌 세 커플이다.
사실 이 여섯 배우들이 얼마나 대단한 명성을 가진 스타인지는 상관이 없다. 옴니버스식 구성 탓에 어느 한 커플 비중이 큰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미연과 유아인이, 최지우와 김주혁이, 이솜과 강하늘이 얼마나 서로 잘 조화롭게 어우러지느냐다.
그런 점에서 '좋아해줘'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이미연과 유아인은 서로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까칠한 드라마 작가와 한류스타로 분해 '판타지 로맨스'를 펼친다. 다소 오글거릴 때도 있지만, 딱 하룻밤 맺은 인연 속에 감춰진 이들의 사연은 설레면서도 행복한 사랑으로 다가온다. 포인트는 15년의 나이 차를 이겨낸 이미연과 유아인의 '연상연하' 케미다.
최지우와 김주혁 커플은 강력한 '다크호스'다. 세 커플 중 가장 현실적인 사랑을 그리지만 그래서 더욱 설렘도는 높아진다. 사랑스러운 승무원 여자와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오지랖 남자는 친구처럼 투닥거림을 멈추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기만 했던 서로에게 두근거림을 느끼며 착실하게 사랑에 녹아든다.
마지막 커플은 그야말로 '청춘' 그 자체다. 가장 풋풋한 것은 물론이고, 다른 커플들보다 아련함이 돋보인다. 끊임없이 바뀌는 분위기가 마치 숨 쉴 틈 없는 '롤러코스터' 같다. 젊은 여자 PD와 작곡가 남자는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고, 서로 그 마음을 가꾸어나간다. 문제는 남자가 여자에게 차마 말하기 힘든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밀이 터지는 순간, 놀랍게도 상처받는 것은 여자가 아닌 남자가 된다.
SNS의 비중은 예상만큼 크지 않다. 의사소통의 도구로 이용되거나 스스로를 남들 앞에서 꾸미는 장소가 된다. 오히려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부각되기도 한다. SNS가 진짜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가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영화는 SNS처럼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에도 의미있는 사랑이 존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첫사랑이나 마지막 사랑, 행복한 결혼. '좋아해줘'에는 로맨스 영화가 꿈꾸는 결말은 없다. 세 커플 모두 사랑이 이뤄지는 것은 맞지만 그 뿐이다. 영화는 이들의 사랑이 영원하거나 완벽하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마음을 쌓아 나가는 과정에 충실하다. '러브 액츄얼리'가 촘촘하게 짜여진 옴니버스와 풍부한 색채를 지닌 사랑이야기로 호평받았다면 '좋아해줘'는 각 커플의 색을 선명하게 유지하되, 그 과정을 더욱 깊게 파고든다. 오는 1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