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플렉스 된 멀티플렉스" 80% 독점한 검사외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윤철 (영화 '말아톤' 감독)

이번 설 연휴에도 가족끼리 친구끼리 영화관 나들이 다녀온 분들 많이 계시죠. 그런데 어떤 영화를 볼까 개봉영화 목록을 쭉 보다가 희한한 점 하나 발견하시지 않았습니까? 지금 극장가에서는요. 검사외전이라는 영화가 개봉 10일여 만에 관객 630만명을 돌파하면서 흥행돌풍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알고 보니까 이 영화는 국내 영화관의 약 80%에서 상영 중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영화관에서 온통 검사외전밖에 상영을 안 하니까 흥행을 안 하려고 해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거죠. 영화계 인사들은 해도 너무한다,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데 오늘 화제 인터뷰에서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영화 말아톤 그리고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로 친숙한 감독이세요. 한국영화감독조합의 부대표도 맡고 있는 정윤철 감독 연결이 돼 있습니다. 정 감독님, 안녕하세요.

◆ 정윤철>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개봉 10일 만에 630만 돌파면 이게 어느 정도의 속도입니까?

◆ 정윤철> 굉장히 빠른 속도고요. 일단 4일 만에 손익분기점, 그 본전을 다 넘겼다고 볼 수 있죠. 200만 정도가 본전으로 알고 있는데 4일 만에 본전을 뽑고. 그다음부터는 무조건 수익이 나고 있고. 벌써 지금 3배정도 이익이 난 거죠.

◇ 김현정> 감독님도 극장 요사이에 가보셨어요?

◆ 정윤철> 요새 가보면 정말 사실 멀티플렉스라는 곳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스크린들이 있는 건데요. 거기에 멀티가 아니라 거의 싱글플렉스가 아닌가싶을 정도로. (웃음) 물론 이건 지금 검사외전만의 문제가 아니고 몇 년간 반복되는 그런 문제인데.

◇ 김현정> 영화 한 편이 쫙 깔려 있는.

◆ 정윤철> 영화 하나가 터지면 그냥 그걸로 10개 극장 중에 7, 8개가 깔리는 그런 것들은 참 안타깝습니다.

◇ 김현정> 좀 구체적으로 80%나 상영 중이라는 말을 조금 구체적으로 몇 개나 스크린 수를 차지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면 어떻습니까?

◆ 정윤철> 지금 우리나라 전체 극장의 스크린 수, 즉 멀티플렉스에 10개의 스크린이 있다, 이렇게 그걸 총 합치면 2400개 정도 되는데요. 그중에 이제 2월 영진위 통계를 보니까 2월 9일 설 명절 때 1800개를 넘어서 검사외전이 상영이 됐고 이날 하루 매출의 총 70% 이상을 이 한 영화가 가져갔습니다. 그러니까 정말 굉장히 파워풀한 (거죠).

◇ 김현정> 대단하네요. 대단해요. 그러니까 80% 독점이라는 얘기는 멀티플렉스 극장 명동점에 갔다 이렇게 치면 상영관이 1관부터 10관까지 있잖아요. 거기에 1관부터 8관까지 전부 한 영화가 걸렸다 이런 의미인 거군요.

◆ 정윤철> 그렇죠. 7, 8개관에 그렇게 한 영화가 걸려서 선택권이 거의 없는 것이죠.

◇ 김현정> 선택권이 없는 싱글플렉스가 됐다. 이 말 참 웃프네요. 웃기고 슬픈 상황. 심지어 어떤 영화관에서는 이미 편성이 돼 있던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의 예매율이 떨어진다고 내리고 아예 검사외전으로 바꾼 일도 있다면서요.

◆ 정윤철> 그래서 모영화관에서 관객한테 전화를 걸어서, 거기에서 상영하는 쿵푸팬더라는 영화를 예매한 분들한테 전화해서 그걸 사정이 있어서 취소해야겠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알고 봤더니 거기서 검사외전을 상영하고 있었다 그런 게 밝혀져서 관객분들이 굉장히 황당하고 되게 화가 나셨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이미 예약한 사람까지 전화해서 취소하고.

◆ 정윤철> 네. 사실 이런 일은 저도 처음 보는 일인데요. 이번에 이 검사외전이 잘되면서 뭔가 수익을 많이 올려보려고 그렇게 했던 거는 이해는 되지만 너무 이건 심한 것 같고.

◇ 김현정> 그 정도 되면 관객 모독 아닙니까?

◆ 정윤철> 네. 관객들을 우롱한 형태가 됐는데요.

◇ 김현정> 계속 반복되는 이런 상황 어떻게 보세요, 감독으로서?

◆ 정윤철> 다들 영화계에서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시장경쟁을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이 없을 수도 있지만 대형마트가 재래시장을 너무 경쟁에서 낙오시킨다고 했을 때 우리가 휴일을 갖게 한다든지 뭔가 이렇게 조치를 취하면서 서로가 상생하는 그런 효과를 냈었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상생.

◆ 정윤철> 그런 것들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우리가 한번 내야 될 것이고, 법적으로도 쿼터라든지 규제할 것을 우리가 짜봐야 될 것이고요.


◇ 김현정> 저는 영화 만드는 사람들의 심정이 어떨까 싶어요. 영화가 어디 제대로 걸려보지도 못하고 내려오는 상황도 수두룩하다는 거 아닙니까? 이렇게 한 영화가 배급을 독점해버리면, 유통을 독점해 버리면?

◆ 정윤철> 그렇습니다. 그래서 잘되는 영화는 엄청나게 잘되고. 관객이 적은 영화, 입소문이 나기 전에 그런 영화들은 첫 주부터 퐁당퐁당 소위 교차상영. 하루에 2번이라든지 1번 정도밖에 안 틀어주기 때문에.

◇ 김현정> 그거 1번 틀어주는 것도 심야시간 아니면 아주 아침시간 이렇게 배치된 경우도 많던데요?

◆ 정윤철> 그렇죠. 그래서 정상적으로는 볼 수가 없는 그런 시간대이기 때문에 그런 영화들은 바로 망하게 되죠. 잘 되는 영화는 굉장히 잘 되지만 안 되는 영화는 적당히 망해야 되는데 이제는 아주 구제할 길이 없이 쫄딱 망하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마치 우리 대한민국 사회의 양극화되는 거랑 똑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이번 검사외전의 스크린 독점 사태. 짚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윤철 감독님 끝으로 더 하실 말씀 있으실까요?

◆ 정윤철> 배급사가 오히려 힘을 더 가져서 극장들을 이렇게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극장가들이 너무나 힘이 세기 때문에.

◇ 김현정> 극장이 갑이군요. 영화계에선 최대 갑.

◆ 정윤철> 극장이 갑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수익 면에서 말이죠. 제작은 아무리 투자사나 그쪽에서 하더라도. 이렇게 교차상영을 하거나 퐁당퐁당을 할 때 지금 다들 감독들은 가슴에 이제 피멍이 들면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죠.

◇ 김현정> 감독님도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신인 때는 있으셨을 텐데. 그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개인적으로는?

◆ 정윤철> 정말 그 좌절감은 말할 수 없고요. 진짜 한이 됩니다. 평생의 한이 됩니다.

◇ 김현정> 평생의 한이 될 정도로. 왜 안 그렇겠습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러분? 한국영화의 스크린 독점 문제 오늘 좀 꼼꼼히 짚어봤습니다. 정윤철 감독님 고맙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