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아톤' 등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한국영화감독조합 부대표)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검사외전은 개봉 4일 만에 200만 관객을 넘기면서 손익분기점, 그러니까 본전을 찾고 3배 정도의 이익을 내고 있다"며 "사실 멀티플렉스라는 곳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한 곳인데, 요즘 극장에 가서 보면 '싱글플렉스'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관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1일 검사외전은 1511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앞서 설 연휴 기간인 9일에는 무려 1806개 스크린에 걸렸다.
정 감독은 "우리나라 전체 스크린 수가 2400개 정도 되는데, 검사외전이 그중에서 80% 정도를 차지한 셈"이라며 "영화 한 편이 터지면 멀티플렉스의 상영관 10개 중 7, 8개에 깔리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검사외전뿐 아니라, 지난 몇 년간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 영화관에서는 '쿵푸팬더3'를 예매한 관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스크린 사정으로 예매를 취소해야겠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곳에서 검사외전을 상영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며 "이런 경우는 저도 처음 본 일인데, 검사외전으로 극장 수익을 올리려는 점을 이해하더라도 관객을 우롱한 형태가 됐다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이어 "영화 배급사가 힘을 갖고 극장을 컨트롤해야 하는데, 지금은 극장의 힘이 너무 세다"며 "심야나 이른 아침 시간에 영화를 거는 퐁당퐁당상영(교차상영)을 할 때 감독들은 가슴에 피멍이 들면서 바라본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좌절감은 평생의 한이 된다"고 전했다.
특히 정 감독은 "잘 되는 영화는 엄청나게 잘 되고, 교차상영에 처한 영화는 바로 망한다"며 "안 되는 영화도 적당히 망해야 하는데, 이제는 쫄딱 망하고 있어 큰 문제"라고 했다.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정 감독은 법적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실 자유시장 경쟁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뭐가 문제냐고 하지만, 재래시장이 낙오될 때도 조치를 취하면서 상생효과를 내지 않냐"며 "(영화계 상생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을 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