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선수들의 표정이 썩 밝지 못한 것이 영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서 감독은 "사실 선수들이 웃어야 신이 나서 잘 하는데 올 시즌에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특히 최근에는 슛도 잘 들어가지 않으면서 웃는 얼굴을 잘 보지 못한다"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올 시즌 국민은행은 5위에 처져 있다. 최근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PO) 진출,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 나섰던 국민은행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시즌 직전 서 감독의 암 투병이라는 돌발 악재와 장기인 3점슛의 창이 무뎌지면서 봄 농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주전 가드 홍아란(24 · 173cm)의 침체가 아쉽다. 홍아란은 지난 시즌 평균 10.5점 2.8도움 등 커리어 하이를 찍으며 챔프전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6.4점 2.4도움에 머물러 있다. 지난 7일 춘천 우리은행과 홈 경기에는 무득점에 머물렀다.
서 감독은 "아란이는 웃는 표정이 특히 예쁜데 요즘에는 표정이 좋지 못하다"면서 "마음의 짐도 클 것 같아서 오늘 선발 명단에서는 뺐다"고 귀띔했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였다.
홍아란을 위한 서 감독의 배려가 통했을까. 홍아란은 모처럼 제몫을 해주며 팀 연패를 끊어냈다.
2쿼터가 이날의 승부처였고 홍아란이 빛을 발했다. 국민은행이 1쿼터를 14-19로 뒤진 가운데 홍아란은 나타샤 하워드의 2점과 변연하의 3점을 어시스트하며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쿼터 중반에는 번개처럼 공격 리바운드를 따낸 뒤 하워드의 골밑 득점을 도왔다.
이날 역전 결승골도 홍아란의 몫이었다. 전반 종료 4분34초 전 홍아란은 상대 오른쪽 사이드에서 통렬한 3점포를 꽂았다. 29-28, 이날 국민은행의 첫 리드를 가져온 한방이었다. 이 득점을 가져온 공격 리바운드도 홍아란이 따냈다.
2쿼터만 홍아란은 3점 3도움 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2쿼터만 24-13으로 앞선 국민은행은 전반을 38-32로 역전했다. 사실상 이날 승부가 결정된 2쿼터였다. 후반에도 국민은행은 흐름을 잘 지켰다. 하워드가 3쿼터만 10점을 집중했고, 홍아란은 4쿼터 시작 2분이 되기 전 미들슛과 3점포로 60-49, 11점 차 리드를 가져왔다.
결국 국민은행은 73-62 승리를 거두고 2연패를 끊었다. 12승16패로 인천 신한은행과 공동 4위로 올라섰다. 7경기를 남긴 가운데 국민은행은 PO 마지노선인 3위 용인 삼성생명(14승14패)에 2경기 차로 따라붙어 봄 농구 희망을 이어갔다.
홍아란은 8점 3리바운드 4도움의 활약을 펼쳤다. 하워드는 양 팀 최다 26점(10리바운드)을 올렸고, 변연하(11도움)와 강아정도 20점을 합작했다. 서 감독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KDB생명은 3연패, 6승22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경은이 15점 8리바운드 7도움으로 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