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1월 극장가에 불어닥쳤던 한파가 설 연휴를 기점으로 녹았다. 이번 연휴 기간 동안 약 670만 명의 관객들이 극장을 방문해 역대 최다 관객 수를 기록했다. 이 중 '검사외전'을 보러 극장에 방문한 관객 수가 무려 476만4017명이다.
다시 활기를 되찾은 극장가를 이야기할 때, '검사외전'을 빼놓으면 섭섭할 수밖에 없다. 보통 설 연휴까지는 12월~1월 동안의 기조가 이어지기 마련이지만 '검사외전'이 이 같은 법칙을 깨버린 것이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검사외전'의 독보적인 흥행을 설 연휴 흥행 영화 키워드 및 관객들의 기대감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분석가는 11일 CBS노컷뉴스에 "역대 설 연휴 박스오피스 1위의 세 가지 공통점인 한국, 15세, 코미디 키워드가 이번에도 통했다"면서 "1월부터 설 연휴 직전까지 작년 대비 관객수가 21%나 감소했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부터 이어진 관객 감소를 일시에 만회했다. 지난 겨울에 실망했던 관객이 기대감으로 더욱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뜨거운 흥행의 이면에는 '흥행'할 수밖에 없는 법칙이 존재하고 있다. '검사외전'은 관객수뿐만 아니라, 스크린수, 상영횟수, 스크린 및 상영횟수 점유율 부분에서도 역대 최다를 차지했다.
설 연휴 동안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영화들과 수치를 비교해보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된다.
'검사외전'은 관객 수로 '수상한 그녀'(217만3692명)의 기록을 깼다. 2.2배 가량의 관객이 '검사외전'을 더 관람한 것이다.
관객과 비례해 스크린수도 똑같이 늘었다. '검사외전'의 스크린수는 1806개로, '수상한 그녀'의 1027개보다 1.8배가량 많다. 상영횟수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이 기록한 2만591회를 뛰어넘고 4만5147회를 달성했다. 역시 2.2배가량의 차이다. 관객들 사이에서는 10분~20분 마다 상영하는 '검사외전' 영화 시간표를 두고 '지하철 시간표'라고 칭할 정도다.
자연스럽게 스크린 점유율과 상영횟수 점유율도 늘었다. 스크린 점유율은 '투사부일체'가 기록한 23.6%보다 1.4배 많은 32.6%를 차지했고 상영횟수 점유율은 '7번방의 선물'이 기록한 26.6%보다 1.9배 많은 51.9%를 기록했다.
겨울 극장가에 심폐소생술을 한 '검사외전'의 힘은 분명히 막강했다. 그러나 모든 현상에는 명과 암이 존재하는 법이다.
마침 '검사외전'을 보고자 한 관객들에게는 풍성한 시간표가 반갑게 다가왔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 또한 존재한다. '검사외전'이 가져간 스크린과 상영횟수가 많을 수록 다른 영화들은 그만큼 관람 기회가 사라졌던 탓이다. 상영시간이 확보되지 않아 진정 보고 싶은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는 설 연휴의 반갑지 않은 '독점'이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