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대장' 오승환(34,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보직은 이제 마무리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을 거치면서 아시아 최고 마무리로 군림했던 오승환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이다. 주전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 앞에 나오는 셋업맨이 새 보직이다. 하지만 마음가짐은 똑같다. '9회'라는 생각으로 던지겠다는 오승환이다.
오승환은 11일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로 출국하면서 "작년, 재작년도 일본에 가 오래 돌아오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면서 "크게 실감이 나지 않지만, 어제 짐을 싸면서 '이제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려운 도전이었다. 지난해 말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벌금 700만원 약식 기소가 돼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로 향하는 오승환의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오승환은 "야구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건 당연하다. 더 모범적인 모습으로 팬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많은 준비를 했다"면서 "명예회복이라기보다는 야구장에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 어느 해보다 집중해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다시 한 번 인사를 했다.
'꿈의 무대'라는 메이저리그. 오승환에게도 변화가 필요하다.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을 상대하려면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외에 떨어지는 변화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보직이 마무리에서 셋업맨으로 바뀌었다.
오승환은 "다양한 레퍼토리로 갈 생각이다. 아직 상대해보지 않았기에 당장 바꾸기보다 코칭스태프, 포수 등과 상의할 것"이라면서 "신인 때 셋업맨을 해봤다. 7회든, 8회든 항상 9회를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던지겠다"고 말했다.
목표는 당연히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오승환은 "월드시리즈 진출 뿐 아니라 챔피언도 하고 싶다"면서 "성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보다 부상이 없는 게 첫 목표다. 팀이 강하기에 큰 무대에 갔을 때 도움이 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