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철수는 美日 '발맞추기'였나…中 반발 예상

정부가 10일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발표한 가운데 11일 오전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에 차량들이 철수작업 등을 위해 개성공단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설 연휴 마지막 날에 전격적으로 발표된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 조치가 미국, 일본과의 3각 공조 차원에서 추진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 상원은 10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어 대북제재 강화 법안을 찬성 96 대 반대 0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 결정을 발표한 직후의 일이다.

이 법안은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대북제재법안(H.R. 757)에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상원 동아태 소위 위원장과 로버트 메넨데즈(민주·뉴저지) 의원의 법안을 합친 것이다. 지금까지의 대북제재 법안 가운데 가장 포괄적이고 강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법안은 핵무기 개발과 확산 행위에 가담한 개인과 인권 유린 행위 연루자에 대한 의무적인 제재, 그리고 사이버 범법 행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의무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특히 이 법안은 북한에 현금이 유입돼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확산에 쓰이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조항도 담고 있다.

비슷한 시간 일본 정부도 10만엔 이상 대북 송금의 원칙적 금지를 주 내용으로 하는 독자적 대북제재를 발표했다.

이는 우리 정부 조치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들어갈 수 있는 돈줄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일본은 이번 제재안을 통해 북한 국적자의 일본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북한 방문 경력이 있는 핵·미사일 관련 기술자의 일본 재입국도 금지했다.

이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 전인 9일 오전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와 잇따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에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에 합의했다.

한미 양국 정상은 유엔 안보리 결의와 별도로 양자 및 다자 차원에서의 다양하고 강력한 대북제재와 압박 조치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박 대통령은 뒤이은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대북제재를 위한 공조 필요성에 공감했다.

우리 정부는 이런 사전조율을 바탕으로 개성공단의 폐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리도 이 정도의 희생은 할 수 있다는 결기를 보여줘야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낼 수 있다는 셈법이다.

하지만 야당에서 ‘실효성 없는 자해 행위’라고 지적하듯 중국, 러시아를 견인하기는커녕 오히려 한미일 3각 공조가 부각된 탓에 거부반응을 키울 수도 있다.

특히 한미일 3국의 독자적 양자제재는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가 도출되기도 전에 순서가 바뀌며 다소 성급히 결정된 감이 있다.

한미일은 선도적 양자제재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우회 압박함으로써 유엔 안보리 제재 수위를 높인다는 복안이었을지 모르지만, 반대로 중·러의 반발력이 커질 공산이 크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