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5라운드에서 대한항공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5라운드 첫 경기에서 우리카드를 꺾은 뒤 내리 5경기를 졌다. 승점도 우리카드전 3점이 전부였다. 5연패를 하는 동안 단 한 번의 풀세트 접전을 펼치지도 못했다. 5라운드까지 17승13패 승점 52점. 2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12연승을 기록한 현대캐피탈(22승8패 승점 63점)과 승점 차는 9점 차. 사실상 뒤집기는 어려운 차이다.
오히려 3위 자리를 내놓을 위기에 놓였다. 삼성화재는 5라운드 1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18승11패 승점 51점으로 대한항공을 승점 1점 차로 쫓아왔다. 봄 배구 무산 위기에서 단숨에 3위 자리를 넘보는 입장이 됐다. 대한항공으로서는 연패를 끊지 못하면 3위 수성은 커녕 포스트시즌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는 조건은 3~4위 승점 3점 차 이내다.
우승후보 대한항공이 어쩌다 5연패 늪에 빠졌을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범실이다. 대한항공은 770개의 범실로 7개 구단 가운데 1위다. 2위 OK저축은행(710개)보다 60개나 많다. 물론 서브 범실이 437개로 가장 많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흔히 말하는 쓸 데 없는 범실이다. 대한항공은 공격범실 1위(244개), 블로킹 범실 2위(48개)다.
김종민 감독은 5연패 후 "경기 도중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는데 이를 이어가지 못한다"면서 "터치네트, 센터라인 침범 등 엉뚱한 범실이 흐름을 끊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모로즈도 어느 정도 파악이 끝난 상태다. 모로즈는 5연패 기간 동안 19세트에서 114점을 올렸다. 세트당 6점에 공격성공률도 58.33%다. 겉으로 보기에는 나쁘지 않다. 그런데 속을 파고들면 문제가 드러난다.
일단 상대 블로킹에 걸리는 횟수가 늘었다. 5연패 이전까지 39세트에서 단 21개의 스파이크만 블로킹에 걸린 반면 5연패 기간에는 19세트에서 상대 블로킹에 걸린 스파이크가 20개로 늘었다. 공격범실도 39세트 22개에서 19세트 18개로 증가했다. 상대에게 읽히고 있다는 증거다.
김종민 감독도 "모로즈 역시 어느 정도 파악이 된 탓에 부담스러워한다"고 강조했다.
삼성화재가 11일 KB손해보험을 잡으면 순위가 뒤바뀐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삼성화재 역시 그로저의 무릎이 100%가 아니기 때문이다. 분위기만 바꾼다면 다시 연승도 가능한 것이 대한항공의 전력이다.
김종민 감독은 "처진 분위기가 쉽게 살아나지 않는다. 선수들이 코트에서 불안해하는 것이 보인다.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데 투지도 약해졌다"면서도 "일정이 모두 끝난 건 아니다. 6라운드에서 반등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라 본다. 그 때를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