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한빛원자력발전소 3,4호기 내 기존 설계 프로그램과 다른 소화설비를 설치하고 설계 오류 사실을 고의로 누락한 혐의(소방시설공사법 위반)로 소방설비업체 대표 황모(57)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감리업체 대표 이모씨와 함께 설계·시공·감리업체 법인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 등은 지난 2011년 5월 전남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 3,4호기 주 제어실과 전기실 등 4개 구역에 가스계 소화설비를 구축하면서 기존의 설계 프로그램과는 다른 프로그램을 설치해 가스 방출 압력에 미달하는 배관을 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화재 안전 기준에 정해진 과압배출구를 설치하지 않는 등 부실 시공했으며, 프로그램의 설계 오류를 일부러 누락해 제품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아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시공을 맡은 주제어실은 직원들이 24시간 근무하며 원전을 운영하는 곳으로, 원자력발전소의 모든 과정을 통제하는 핵심 시설이다.
소방설비업체 전문가들은 고위험물인 원자력을 두고 규격과 다른 설계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면 화재시 폭발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소방업체 관계자는 "원자력과 같은 위험물은 소화 농도를 높게 잡아 방출되는 가스의 양을 높인다"면서 "방출량을 적게 할 경우 비용은 줄어들지만 불이 완전히 꺼지지 않을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렇게 되면 주 제어실 등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완벽하게 소화되지 않아 방호구역 압력 상승으로 폭발 위험성도 커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함께 입건된 감리업체 대표 이씨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서도 이를 눈감아줬으며, 경찰은 이씨와 함께 묵인에 가담한 설계·시공·감리업체 법인도 모두 입건했다.
또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영광소방서에도 제도 개선을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1년여간의 수사 끝에 원전 방재시스템 설계와 시공, 감리 단계의 총체적인 부실을 밝혀냈다"며 "원전이 국민들의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관련 수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