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만으로 보면 놀라운 흥행 속도이다. 1000만 관객을 모은 '암살',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도둑들'이 4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데 7일에서 8일 정도 걸렸다.
흥행 요인으로, 설 연휴 대목을 만난 것이 호재가 된 것으로 보인다.
5일이나 되는 황금연휴를 맞아 가족 단위 관객들이 극장을 찾았고, 이에 가볍게 볼 수 있는 검사외전이 선택받은 것이다.
검사외전을 견제할 만한 마땅한 경쟁작이 눈에 띄지 않는 것 역시 독주의 또 다른 요인이다.
하지만 마냥 웃기에는 씁쓸함이 남는다.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독과점 문제가 연결되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8일 '검사외전'의 스크린 수가 1773개이다.
통상적으로 국내 스크린 총 수를 2300여 개로 볼 때, '검사외전'이 77%에 가까운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같은 시기 개봉한 '나쁜 놈은 죽는다', '캐롤' 등은 상영관을 찾기가 쉽지 않다. 찾더라도 하루 1회 정도, 대부분 심야에 편성돼 있다.
1700여 개의 상영관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관객들의 수요가 있었던 탓이기도 하다. '검사외전'의 개봉 첫날 스크린 수는 1200여 개였다.
하지만 스크린 수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영화의 스크린 수가 줄었고, 관객 역시 선택의 폭이 좁아진 탓도 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러한 현실을 비꼬는 글을 올렸다.
"이건 정말 미친 짓이다. '검사외전'의 스크린 수가 1773개다. 총 스크린 수 2300개에서 거의 70% 수준이다. 이러니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세기의 매치'나 대니 보일의 '스티브 잡스'같은 영화는 죄 뒷전일 밖에"라고 비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을 보고 싶은데 볼 수가 없다. 협동조합 시스템의 새로운 배급 라인과 대안의 상영 공간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또 "많은 영화인들이 베를린을 가는 모양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를 사 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실로 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