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맨이 꿈꾼 정의로운 세상, 과연 올까

16년 만에 영화로…번개맨이 침몰 직전 배 들어올리는 장면 인상적

번개맨을 맡은 정현진. 사진=EBS 제공
"번개~ 파워." 어린이라면 한 번쯤 따라해 봤을 구호다.

토종 히어로 '번개맨'이 16년 만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번개맨'은 EBS '모여라 딩동댕'에서 공개방송으로 이뤄지는 한 코너로, 2000년 첫 방송 후 800회 이상, 160만 명이 관람했다. '번개맨' 뮤지컬 역시 인기몰이 중이다. 2015년까지 6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영화 '번개맨'은 꿈과 희망이 가득한 조이랜드를 호시탐탐 노리는 악당 잘난마왕에 맞서는 번개맨의 활약을 그렸다.

영화 속 번개맨은 머리 모양부터 슈트까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머리는 깔끔하게 뒤로 넘겼고, 고글은 견고해졌다. 한 벌당 1,500만 원을 들여 6개월에 걸쳐 제작한 슈트는 세련됐다.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번개맨이 하늘을 날아오르는 모습, 푸른 빛의 번개파워가 나가는 모습 등은 CG로 구현했다.


조각 같은 외모와 다부진 체격이 돋보이는 배우 정현진(27)이 번개맨을 맡았다. 정현진은 "어릴 때부터 동경해 온 히어로가 된다는 사실에 설레고 떨렸다"며 "아이들의 영웅인 번개맨을 연기한다는 부담감보다 행복감이 컸다"고 했다.

걸그룹 fx의 메인보컬 루나(23)는 번개맨처럼 날고 싶은 꿈이 있는 조이랜드 공연의 주인공 한나를 연기했다. 영화에서 발라드, 락,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소화한 그는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하이스쿨뮤지컬', '인 더 하이츠' 등에 출연해 왔다.

fx 루나. 사진=EBS 제공
첫 스크린 도전에 나선 루나는 "아이들한테 사랑받는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다기에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며 "fx 멤버들이 '너랑 딱 맞는 작품을 만났다'고 응원해줬다. 개인적으로 연기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고 했다.

출발은 어린이 프로그램이지만 '번개맨'은 어른이 봐도 손색없는 영화다. 자유로움, 용서, 정의 등 전하려는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호기심 많은 말광량이 소녀 한나는 날고 싶다는 꿈을 이루려다 블랙홀에 빠지지만, 번개맨의 도움으로 궁지에서 벗어난다. 조근현 감독은 "날고 싶다는 건 자유롭고 싶다는 의미다. 영화를 통해 아이들에게는 도전하는 용기를 주고,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순수한 도전을 상기시켜 주고 싶었다"고 했다.

촬영 중 쉼없이 날아오른 배우들 역시 자유로움을 갈망했다. 만약 히어로가 된다면 정현진은 "하늘을 날고 싶다. 바람을 맞으며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싶다"고 했고, 루나는 "순간이동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 전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고 웃었다.

사진=EBS 제공
용서의 메시지도 읽힌다. 번개맨은 잘난마왕의 계략에 빠져 한나와 함께 블랙홀에 갇히고 번개파워를 잃어간다. 하지만 악전고투 끝에 위기에서 벗어난 후 잘난마왕에게 벌 대신 용서와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

루나는 "번개맨이 잘난마왕을 용서하고 한나와 해 지는 하늘을 나는 장면이 있다. 한나가 '왜 용서해줬느냐'고 묻자 번개맨이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에서 희망이 시작된다'고 얘기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정현진은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주는 게 번개맨의 역할이다. 두려움과 무서움을 이겨내는 강인한 마음이 히어로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요건"이라고 했다.

번개맨은 정의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번개처럼 빠르게 나타난다. 그리고 영화는 번개맨이 침몰 직전의 배를 양 팔로 번쩍 들어올리는 장면으로 끝맺는다.

"관객들이 '번개맨'을 보고 '아, 세상이 저랬으면 좋겠다'고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조근현 감독)

번개맨이 꿈꾸는 정의로운 세상, 과연 올까. 2월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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