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의 성적은 지우고 2016년의 성적만 보자. 그럼 프로농구는 KCC와 창원 LG의 2강 구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CC는 올해 열린 12경기에서 9승3패를 기록했다. 2016년 기준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LG는 올 시즌 19승29패로 공동 8위에 머물러 있지만 올해 들어 9승4패를 기록, KCC의 뒤를 잇고 있다. 오리온이 7승5패로 3위, 선두 모비스는 새해 들어 5승6패로 다소 부진했다.
순위 경쟁 구도가 요동친 이유다. KCC는 이같은 상승세를 바탕으로 선두권으로 도약했고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창원 LG는 '고춧가루 부대'를 자처하며 순위 경쟁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KCC는 리카르도 포웰을 떠나보내고 정통 빅맨 허버트 힐을 영입하면서 전력이 안정됐다. 또 외국인선수 동시 출전이 2-3쿼터로 확대되면서 안드레 에밋이 날개를 펼쳐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KCC는 허재 전 감독이 이끌던 시절 '슬로우 스타터'로 불렸다. 시즌 중반부터 전력을 끌어올려 그 기세를 포스트시즌까지 이어갈 때가 많았다. 올 시즌에는 하위권으로 처진 적은 없다. 그래도 후반부에 강한 면모는 그대로다.
이에 대해 추승균 KCC 감독은 "아마도 가드진의 교체 횟수를 따지면 우리가 많을 것이다. 체력적으로 많이 세이브를 시켜준 편이라 그게 막판에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에밋 역시 외국인선수가 1명 뛸 때 출전시간을 조절했던 부분이 요즘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LG는 아마도 지금이라도 2015-2016시즌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초반부터 불운이 계속 됐다. LG는 단신 외국인선수 맷 볼딘의 부상 복귀를 기다리다가 정상 전력이 아닌 채로 오랜 기간 경기를 치러야 했다.
샤크 맥키식이 가세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2명의 외국인선수 쿼터를 트로이 길렌워터 혼자 메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 막판 길렌워터의 체력 저하로 인해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할 때도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외국인선수 동시 출전 확대는 LG에게 독이 됐다. LG는 샤크 맥키식이 합류하기 전 5승21패에 그쳤다.
샤크 맥키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샤크 맥키식은 2016년 13경기에서 평균 27분을 뛰어 16.4점, 5.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길렌워터가 결장한 경기에서 에이스의 존재감을 뽐내기도 했다.
LG는 2,3쿼터 경쟁력이 강해지면서 4쿼터 승부처에서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국내 선수들도 분발하고 있다. 김종규는 최근 13경기에서 12.5점, 7.8리바운드, 야투성공률 50.7%를 올리며 활약했다. 김영환의 2016년 3점슛 성공률은 무려 48.1%다. 신인 정성우를 비롯한 가드진도 나날이 안정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LG의 행보에 정규리그 우승의 향방이 달렸다. LG는 7일 모비스와 원정경기를 치르고 9일에는 KCC를 안방으로 불러들인다.
추승균 감독은 모비스전을 시작으로 부산 케이티, 창원 LG를 연이어 상대하는 경남 3연전을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고비로 보고 있다. 모비스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지만 방심은 없다. 그는 "하위권에 있는 팀이라고 해서 경쟁이 안되는 팀은 절대 아니다"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