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 정부 뜻에 따른 교육청에만 예비비 3000억 원을 차등 지원하는 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박 시장이 이견을 냈다가 이런 일을 겪었다.
박 시장은 안건이 통과되기 직전 "잠깐 드릴 말씀이 있다"면서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일선 교육현장의 혼란과 불안이 많다. 서울시도 교육청·시의회와 협의해서 예산을 편성하려 하는데 그래봐야 5개월치에 불과하고, 나머지에 대해서 정부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시장의 결론은 "누리과정 문제에 대해 (중앙정부와 일선 교육청의) 의견이 서로 다르니까, 정부 차원에서의 어떤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대화와 타협에 나서달라는 얘기였다. 이에 대해 유일호 경제부총리, 황교안 총리, 이준식 사회부총리가 차례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유 부총리와 황 총리는 "누리과정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으니 서울시도 협력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부총리는 "우리 판단에 서울시교육청은 5개월 정도가 아니라, 긴축 등을 통해 예산을 7개월 더 편성할 수 있는데도 안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도 가세했다. 박 대통령은 "도대체 왜 예산을 다 내려보냈는데 교육청은 예산집행을 하지 않느냐. 누리과정 예산 편성과 집행은 법적 의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받을 돈은 다 받고 이제 와서 또 달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계속 그러면 앞으로 법을 바꾸겠다"는 언급이 있었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박 시장이 대통령의 지적에 '아무 대꾸를 하지 않았다'는 일부 보도도 있었지만, 이와 달리 박 시장은 재차 의견을 냈다. 그는 "교육재정 여건에 대한 이견이 있으니, 대통령이나 총리께서 교육감과 시도지사들을 소집해서 좀 본질적이고 종합적인 해결을 하셔야 되는 게 아니냐"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예비비 차등지원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는 것으로 '누리과정 설전'은 종료됐다. 2라운드는 국무회의 뒤 회의장 밖 복도에서 벌어졌지만, 박 시장에게 반격 기회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무수석은 박 시장에게 언성을 높여 "국무회의를 이렇게 활용하면 되느냐. 여기가 무슨 국회 상임위원회냐"고 항의했다고 한다.
박 시장은 CBS와의 통화에서 "복도를 걸어나오면서 일방적으로, 조금 높은 소리로 질책하듯이 얘기하고는 내가 답할 틈도 없이 얼굴 붉힌 채 가버렸다"며 "나는 국무회의 발언 권한이 있고, 대통령을 모욕한 게 아니라 의견을 얘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당일에는 현 수석의 독자적 판단에 의해, 야당이 보낸 박 대통령의 64번째 생일 축하난이 한때 수령 거부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야당 소속 서울시장에게 일방적 항의만 하면서, 대야 소통의 한계를 드러낸 셈이 됐다.
현 수석은 이에 대해 "점잖게 의견을 전했을 뿐, 고성을 지른 적도 항의한 적도 없다"면서 "누리과정이라는 본질을 외면하고, 사실도 아닌 주변적인 것을 키워 문제삼으려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박원순 시장, 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전화 인터뷰 전문 |
박원순 서울시장은 4일 CBS 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일 국무회의에서 누리과정 예산 문제와 관련해 벌어졌던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이하 일문일답) ▶2일 국무회의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 = 3천억 예비비를 각 교육청에 내려보내는 예산 사용결정을 국무회의서 의결하게 됐는데 방망이 치기 전에, 물론 처음에 경제부총리가 먼저 발언을 하면서 안건을 설명하고 통과시키려 할 때 ‘제가 잠깐 드릴 말씀이 있다’ 하고 ‘지금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혼란과 불안이 많다. 예컨대 서울시 경우도 교육청과 시의회와 협의해서 편성하려고는 하는데, 그게 한 5개월에 불과하다. 그럼 나머지 대해서 정부 예산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문제 대해 서로 의견이 다르고 그러니까 정부 차원에서의 어떤 대화와 결론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발언에 대한 정부측 반응은 어떠했나? = 정확히는 기억 못하겠는데, 경제부총리가 간단히 별 내용은 없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총리가 ‘우리 중앙정부와 더불어서 서울시장님도 협력을 해서 이 문제도 잘 해결하자’고 얘기해서 끝내려고 하는데, 교육부장관이 다시 ‘저희 보기에는 서울시교육청은 5개월 외에도 예산긴축이나 이런 걸로 더 7개월을 더 편성할 수 있는데 안하고 있다’는 식으로 교육청을 공격하는 얘기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말씀을 하셨나? = 그랬더니 대통령이 마이크를 잡고. ‘왜 도대체 예산을 다 내려보냈는데 교육청은 그 예산을 집행 안하느냐. 예산 편성과 집행은 법적 의무다’ 이런 얘기를 조금 강하게 얘기를 하셨다. 그래서 내가 ‘일선에서는 여전히 이런 혼란이 있으니까 대통령이나 총리께서 교육청과 시도지사를 함께 소집 해서 좀 본질적이고 종합적인 해결을 하셔야되는 게 아니냐’ 이렇게 얘기를 하고 끝이 났다. ▶조선일보는 박원순 시장이 아무말도 안했다고 보도했는데? = 조선일보에서 보도한 것은 팩트가 여러가지 다른데. 첫째로 ‘아무말도 못했다’ 이게 틀렸고, 두 번째는 ‘박시장이 합의해놓고 왜 두말하냐’, 이런 것은 대통령이 말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난다. 내가 그런 합의를 언제 한 적도 없고, 합의하는 회의에 참여한 적도 없고. 그리고 서울시는 이게 교육청과 중앙정부의 관계지. 그렇게 관여할 일이 없다. 교육감-시도지사 협의체 이런 것도 없어 그런 조직도. 누가 중간에 청와대 쪽에서 잘못 얘기를 했거나, 기자가 잘 모르고 쓴 것이고. 그다음에 전체적으로 보면 나는 몇 번 왔다갔다 하기는 했지만, 사실 서울시는 이해당사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가면 안된다. 어차피 아동과 부모들을 혼란과 불안 속에 놓으면 안되기 때문에 좀 대통령이 나서서 조정 정리해달라는 얘기를 한 것에 불과하다. 중앙정부가 이런 소통이나 이런 것에 좀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그 역할을 해달라,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여달라 이런 뜻이었는데, 내가 3번인가 두 번인가 발언을 했는데 일관되게 그런 내용이었다. 그런데 정부의 답은 ‘그래 한번 만납시다’ 이렇게 한 게 아니고 일방적으로 얘기를 했거든. 계속 ‘교육청이 편성 안한다’든지 ‘할 수 있는데 안한다’, 또 ‘법적의무인데 왜 안하냐’ 이런 얘기였다. 서울시는 1차적 책임이 없는 기관인데도 일선 부모님들 불안하니까 내가 그런 제안을 한 것이다. ▶국무회의 끝난 이후에 누가 언성을 높였다는데? = 나는 내 할 얘기 했다고 생각하고 나오는데, 중간에 복도에서 현기환 수석이 나한테 조금 높은 소리로, ‘아니 박 시장님이 국무회의를 이렇게 활용하면 되냐. 여기가 무슨 국회 상임위원회냐’ 이런 식으로 질책하듯이 얘기를 했다. 이건 아닌 것 같다. 내가 못할말 한것도 아닌데, 더구나 국무회의에 배석해서 발언 권한이 있고. 이런 정도 얘기 얼마든지 할 수 있는건데. ▶시장님 발언 수위가 높았었나? = 내가 대통령을 모욕주거나 따지듯이 얘기한 것은 아니고 경제부총리, 교육부 장관, 대통령까지 계속 교육청 책임만 강조하고 있는데, 교육청이 그럴 예산이 없다고 하니 대통령이 이런 거 소집해서 본질적이고 종합적으로 해결해주시라, 일선 학부모 아동들 불안하니까. 이런 얘기였어. 아마 속기록이 나오면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속기록 하게 돼 있지. 불리하든 안하든 이런 맥락의 얘기들이 오간 거에요. 야당 출신은 나 하나밖에 없고 다 정부 사람인데 내가 거기서 뭐라고 그랬겠어요. 알맹이는 소통 좀 하시라는 얘기죠 결론은. 굉장히 점잖게 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