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아무 대꾸 안했다고? 박 대통령과 국무회의 '설전'

'대꾸 못했다' 보도와 달리 박 시장 적극 발언…"국회 상임위 왔냐" 비판 듣기도

박근혜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청와대 제공, 박종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일 국무회의 때 누리과정 예산지원 문제로 설전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의 지적에 '아무 대꾸를 하지 않았다'던 일부 보도와 달리 박 시장은 적극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청와대와 서울시에 따르면, 당시 누리과정 예비비 3000억원을 교육청별로 차등 지원하는 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박 시장의 이의제기가 있었다.

이는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일부 편성한 12개 교육청에 한해 예비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으로, 박 시장은 회의에 이 안건이 상정되자 바로 반론을 냈다.

박 시장은 “보육현장 정상화를 위해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며 “누리과정을 둘러싼 국민들의 걱정, 불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모든 당사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황교안 국무총리와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이미 누리과정 예산은 다 지급됐다”면서 협력을 요청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일 오전 청와대서 열린 제5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뒤이어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박 대통령은 “왜 서울시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느냐”면서 박 시장을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교육감들이) 받을 돈은 다 받고 이제 와서 또 달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계속 그러면 앞으로 법을 바꿔서라도 (교부금 용도를 특정해) 누리 예산을 지급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은 이에 맞서 “시의회, 교육청 등과 해결방안을 논의했고, 서울시가 예산편성을 하지 않은 게 아니다”라며 “현 교육재정 여건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더라도 4~5개월 밖에 해소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교육재정 여건에 대한 이견이 있으니, 대통령께서 관련 당사자 전체 회의를 소집해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안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박종민 기자)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누리과정과 관련해 박 대통령과 박 시장이 의견을 주고받은 것은 맞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당사자 대화를 공개했다.

박 시장이 분전했지만 결국 국무회의에서는 예비비 차등지원안이 그대로 의결됐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누리과정 예산편성 약속을 지키는 교육청에 예비비를 우선 지급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국무회의가 끝난 뒤에도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와관련해 박원순 시장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현기환 정무수석이 '국무회의가 무슨 국회 상임위원회의 인줄 아느냐'며 언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무회의 배석자인 서울시장에 대한 모욕적 언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